사랑하는 내 이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온 세상은 아이를 기준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아이가 기준이 되니 언젠가부터 내 이름이 없어졌다. 항상 누구 엄마로 불리는 게 익숙하다. 회사를 계속 다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갑자기 싸이 노래가 생각난다. 어땠을까..? 엉뚱하지만 오늘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생겼다^^)
하지만 나도 내 이름이 있다.
정아름. 우리 엄마 아빠가 정해준 내 이름.
아름 씨라고 불린 적이 언제 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뭐 다 아이들과 관련되어 만나는 사람들이니깐 어쩔 수 없다. 누구 엄마라는 호칭이 싫다는 건 아니다. (나는 엄마니깐) 하지만 나도 이름이 있는 여자사람이다.
어느 날 동네언니들이랑 점심을 먹었다. 국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이름이 두 개다. 영어이름이 있고 한글이름이 있으니 아이들 이름이 헷갈린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기로 했다. 핸드폰에도 내 이름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들 이름을 빼고 이름 뒤에 언니들에게는 누구 언니라고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동생한테는 누구 씨라고 불러주기로. 이름이 불려지니 이렇게 행복할 일인가. 같이 먹는 밥을 먹는 내내 웃음이 났다.
올해 달력이 몇 장 안 남아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인데 내 이름을 찾아보기 위해 무엇이든지 시작할 때인 것 같다. 글도 열심히 쓰고 나 자신을 위해서 뭐든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엄마도 이름이 있다.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