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성 있는 삶
계획을 무지 좋아한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선 A부터 Z까지 계획을 다 세워 놓는다. 그래야 마음이 놓이고 뭐든지 일을 한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 아이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풀 문제집을 사놓기 시작한다. 방학에 읽을 책도 주문하고 주말마다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 놓는다.
여행을 갈 때도 비상약부터 준비하고 첫째 날부터 무엇을 할지 다 정해 둔다. 그래야 마음이 편한 여행을 할 수 있다.
가장 대박인 건 식단도 짠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생각해서 일주일 식단을 짜는 건 아이들을 낳고부터 매주 하는 일이다. 간식과 삼시세끼 그리고 외식까지 계획을 세운다.
요즘 골치 아프게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겼다. 몇 날 며칠을 검색하고 찾아보고 잠도 안 온다. 푹 자야 하는데 잠을 못 자니 고질병 이석증이 다시 왔다. 친정엄마한테 이야기를 하니 벌어진 일도 아닌데 미리 걱정한다며 잔소리를 하신다. 하지만 내 성격이 이런 걸 어찌 하리오. 신랑도 포기 한 눈치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려 타이레놀을 달고 사는 내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내 성격을 나는 사랑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인내하는 마음도 생겼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오늘도 타이레놀 한 알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계획을 세운다.
나중에 다 필요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