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늘봄을 반대하는 이유
늘봄. 말 그대로 늘, 하루종일 아이를 학교에서 돌보아주는 제도다.
주변에서 나만 보면 교사는 왜 늘봄을 반대하냐고 묻는다. “인력도 확충한다는데 그게 데모까지 하면서 반대할 일이냐?”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학교가 끝나면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사교육을 받는 식으로 빈 시간을 채우고 있다. 이 현실에는 분명히 바뀌어할 지점이 있다.
늦은 퇴근을 위해 아이를 맡아주는 제도가 생겨선 안된다. 아이를 저녁 8시까지 맡아주는 늘봄이 정착된다면 기업 내에선 ‘늘봄 있는데 야근해도 되잖아?’와 같은 마인드가 만연해질 것이다. 안 그래도 치열한 한국의 근무 환경을 더욱 병들게 하겠지.
또 지금 늘봄 계획대로라면 아이가 아침 7시에 집을 나와 오후 8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공동 가족 활동까지 유대감을 형성해야 할 저녁 시간대를 학교에서 보낸 후, 집에 도착하면 잘 준비를 바로 해야 한다. 초등학생의 정서에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는 자아가 형성되는 때로 부모의 감정적 지지와 이해가 일상 속에서 충분히 일어나야 한다. 늘봄 제도의 정착은 현대 거대 담론에 늦은 퇴근을 합리화할 수 있는 자충수를 두는 것과도 같다. 근본적인 부모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와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교사로서의 의견도 물론 있다.
교사가 맡는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늘봄이 학교로 들어오게 된다면 이와 관련한 업무는 고스란히 교사가 떠안게 된다. 학교폭력, 돌봄, 방과 후 모두 이런 방식으로 ‘한시적’이라는 명목하에 교사 업무로 스며들게 된 일들이다. 실제 돌봄 전담사가 부족한 현실에서 기존 교사가 돌봄 업무까지 담당하게 됐다.
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인용해 보자. ‘우리 회사 사무실을 저녁부터 다른 업체가 대여하는데, 그 업체의 기획서 기안 / 인력 선발 및 관리 / 비품 주문 / 고객명단 확보 및 관리 / 민원관리는 저보고 하라는 이야기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유휴교실의 부족으로 선생님들이 1시 이후 교실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런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직접 돌봄 교사로 나가기도 한다. 돌봄 전담사의 휴가 때 대신으로 돌봄 업무를 나가본 적이 있는데 그들이 받는 급여보다 현저히 적은 급여를 받으며 같은 일해야 했다. 단순히 업무가 가중되는 것뿐만 아니라 교사로서의 수업 연구할 권리와 시간이 일부 박탈당하는 것이다.
늘봄 장소가 학교여선 안된다. 돌봄과 늘봄은 교육이 아닌 보육이다. 보육을 교육의 장인 학교에서 떠맡아야 하는 것은 교육부의 욕심이다. 이미 보육에 학교는 침투당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의 역할과 경계가 모호해지고 교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 기관에 위탁하거나 센터를 건립하는 등 진정 늘봄 제도의 탄탄한 정착을 위한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늘 돌볼 수 있는,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