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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야 Jul 30. 2024

연극 황소, 지붕 위에 올리기

부부의 마음의 성지를 찾아서


가) 1장 황소와 산다

 

여느 중년의 가정에서 오늘 아침에도 일어났을 법한 사소한 일상의 갈등을 시작으로 관객들이 공감할만한 부부의 삶과 행복으로 이르는 길에 대한 고민, 중년에 이른 결혼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권태와 서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한 서운함, 사소한 오해로 비롯한 갈등을 다루며, 연극 전체를 통해 마치 친구에게 묻듯 관객들에게 아내의 대사를 통해 질문하는 것 같다.

 

“ 어떻게 사는지 왜 사는지 모르겠어.”

“ 사는 게 원래 이렇게 재미없는 거니?”

“ 대답해 봐 거긴 어때 사랑하니? (마치 관객을 향해 말하는 듯한)

“ 이 세상 살만하니 자유롭니? 행복하냐고 대답해 봐 너희들 어때?”

 

1장은 두 사람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다.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바뀐 잔소리들이다. (주로 전통적인 역할의 여성이 남성에게 하는 잔소리를 남편이 아내에게 하고 있다. 남편이 실직한 지 5년째라는 것을 대사를 통해 정보 전달된다.)

 

1장에서 아내의 불만과 욕구가 드러난다. 아내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에 대한 불만, 서운함을 드러내며 자신조차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무관심함을 깨닫고 자책하며, 삶의 권태 속에 지쳐 있다. 그 끝에 아내는 단둘 만의 여행을 제안한다.

 

‘ 당신 요즘 내 얼굴 보니? 얼굴 좀 보고 살았으면 좋겠어.

이 여자도 나이를 먹는구나. 언제 이렇게 눈가에 주름이 생겼지? 한 번쯤 측은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본 적 있어?

어깨를 다독이며 “피곤하지?” 예전처럼 물어본 적 있어?

 

한 해가 다르게 변하는 당신 얼굴 한 번쯤 측은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 적...

우리 애들 여린 살결에 볼을 비비며 행복해 본 적 없어.

 

어떻게 사는지 왜 사는지 모르겠어.

어디 시골에나 가 살면 좀 다를까?

학교고 뭐고 다 관두고 싶어.

사는 게 원래 이렇게 재미없는 거니? "

 

“조금만 아주 조금만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어.

하루만 여행을 갔다 오자. 우리 둘이 단 둘이 말이야."

 

이러한 아내의 대사와 아내가 남편에게 부탁하고 제안한 단둘만의 여행은 실은 남편의 대사를 통해 남편이 규정한(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내라는 인물과는 상반된다. 남편은 실은 자신의 아내를 이미 잘 안다고 착각한 것이다.

 

<남편의 대사>

전 아내를 압니다. 굉장히 도식적인 사람이에요. 이따금씩 파격적인 행동을 하지만 어림없어요. 고정적이고 관습화된 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실리에 따라 일의 순서를 정하고 절대로 현실감을 잃지 않는 사람이지요.

 

1장의 첫 장면은 잔소리로 시작하는데,

‘ 트렁크 안을 깨끗이 해라. 스타킹 돌돌 말아 아무 데나 놓지 마라. 는

나중에 절정에서(해바라기 이벤트)의 복선이다.

 

(나) 2장 여행

아내의 여행 제안의 원인제공을 하게 된 인물인 옆집 아줌마(전지현)가 2장에서 “꼭 그 여자에게 맡겨야겠어?”라는 대사를 통해 처음으로 언급된다.

여행이 시작되자마자 자동차 접촉사고를 통해 남편은 작은 위기를 맞게 되는데, 아내가 차에서 내리자, 학부형(영웅부)인 것을 알게 되어, 기존의 갑을 관계(조폭- 남편에서 교사-학부모(지금의 시대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가 바뀐 상황을 유머로 사용하여 위기가 해결되면서, 둘의 거리가 좁혀진다. (3장에서 남편이 아내가 교사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아내 입에 초콜릿을 넣어준다.)

* 유머대사 - 이래서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거야 (대사)

(다) 3장 고속도로를 달리며

 

2장에서 작은 위기를 해결하며 서로 가까워져, 남편이 노래를 부르고, 세상의 모든 빛이 두 사람만 비추는 것 같은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이 연극의 가장 핵심적 주제 갈등이 제시된다. 행선지 불국사로 인한 둘의 의견차로 인한 첫 번째 격렬한 갈등과 위기이다. 자동차 갓길 급정거와 대형 트럭 경적, 굉음이라는 음향효과와 연출을 통해 연극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위기가 시작된다.

아내의 대사인, “당신 정말 잔인한 사람이야. '이 지겨운 결혼 생활'과 같이 단어의 감정표현도 거칠고 직설적이다.

폭발적인 갈등이 시작되고, 이 갈등을 중화시키는 소재로 순찰차가 등장한다.

하나의 위기로 인해 둘의 협력관계로 사이가 좁혀지려는 찰나, 남편의 말실수로 촉발된 대화를 시작으로 극 전체에서 남편의 감정이 가장 바닥으로 하강하는 순간이며, 이때 남편의 대사 “벌써 5년째야... ”를 통해, 자연스럽게 5년 전 과거로 돌아가 그날의 장면이 이어진다.

 

너 바보니?”

그래. 정말 바보가 된 기분이다. 내가 원래 이랬나? 싶어. 벌써 5년째야...

난 실패한 인간이야...

 

5년 전 과거 회상 장면으로 돌아가, 남편의 실직을 이미 알고 있는 아내는 남편을 더 걱정하고, 기다려 주는 배려를 보여준다. 도종환의 서정적인 시가 흐르며, 전 장면과 다른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랑으로 극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전 장면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하강과 상승, 분위기이다.

 

(라) 4장 마음의 성지

4장은 총 7장의 희곡 중 전개 1에 해당된다.

아내는 이 전의 남편의 감정을 살피고, 감정을 끌어올리려 애쓴다. 그러나, 또다시 아내의 대사로 두 번째 핵심주제로 인한 갈등이 촉발된다.

아내는 평소 남편의 말에 제대로 귀 기울지 않는다. 지레 늘 같은 잔소리라고 여기고(자동차 트렁크를 청소하라는 남편의 진정한 속내도 모른 채 그저 잔소리로 여긴다.) 혼자 상대방의 생각을 짐작하고 그것이 사실이라 여긴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으레 스스로 알아주길 바란다. 남편은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고, 다른 말을 하는 아내에게 두 번째로 극 중에서 가장 격분하게 감정 폭발을 하게 된다. 제발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남편의 부탁으로 남편의 고등학교 장면이 회상장면으로 삽입된다.

 

(격분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언제... 언제 한번 내 애기, 내 애기 들어 봤어?

내가 왜 불국사에 가고 싶은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물어나 봤어?

‘그런데’도 하지 마. 그냥 들어. 다 듣고 말해. 제발 부탁이야.

 

남편의 과거회상으로 남편이 불국사를 가고 싶은 이유를 알게 된 아내와 남편이 화해하게 되고 첫 번째 갈등이 해결된다. 이 갈등의 해결과 함께 두 번째 아내가 여행 가자고 한 이유이자 두 번째 갈등의 소재 옆집 여자에 대한 아내의 오해와 남편의 속내가 밝혀지기 위한 장면이 시작된다.


(마) 5장 반응시간, 그 여자 혹은 그 남자로부터

5장에서 옆집여자와의 자초지종을 알게 되고, 아내는 남편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둘은 두 사람의 두 번째 오해가 해결된다. 자동차 엔진 소리와 아내의 흐뭇한 미소와 콧노래로 분위기 전환되자, 이번엔 남편의 오해, 아내의 첫사랑에 대한 장면이 시작된다. 5장 전체는 아내의 대학시절 선배와 그로 인한 남편의 질투, 그리고 절정(클라이맥스)에서 두 사람의 화해의 징검다리가 돼줄 중요한 소품인 해바라기가 나온다.

 

내 눈을 봐요. 제대로...

이렇게 하고 들여다보는데 안 웃기냐....

내가 미쳤니. 당신 같은 미인을 놔두고

당신이 얼마나 예쁜지, 아름다운지, 귀여운지....

당신 아니면 결혼도 안 했어요 난...

 

 

(바) 6장 때로는 샛길로

극의 가장 핵심 갈등이 해결되는 클라이맥스(절정)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해바라기를 준 아내의 학교 선배에 대한 남편의 질투와 오해가 해결된다. 이 장에서 이 연극의 가장 핵심적인 갈등과 처음부터 이어져 오던 주변 갈등 또한 모두 해결된다. 남편의 재취업과 해바라기 이벤트가 그것이다.

첫 장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말한 요즘 내 얼굴 바라본 적 있어?라는 대사 또한 둘이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 장면을 통해 해결된다.

 

나 첫사랑 따로 있어.

당신. 당신이 첫사랑이야.

결혼해서 살아보니까 알았어.

아 이런 게 정말 사랑이구나. (몹시 흐뭇한 미소)

 

* 아래 장면은 연극 전체 가운데 가장 극 중 에너지가 높은 장면이며,  관객에게 말하듯 참여 유도 하는 장면.   (자동차 시속 또한 제일 빠르다.)


거긴 어때? 사랑하니? (전체 연극 중 가장 텐션업) 음악 신나게


야호 오늘 하루 충분히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그래 우리는 오늘 자유인이다.

오 시속 1000 140 180 210 미쳤어.

우리 이렇게 이렇게 사랑 한번 해보자

대답해 봐 거긴 어때 사랑하니? (마치 관객에게 말하는 듯한)

이 세상 살만하니 자유롭니?

행복하냐고 대답해 봐 너희들 어때?

 

(마) 산다는 건 뭐 그런 거야

 

여성용 스타킹 요염하게 벗는 장면에서  극 중 유머와 남편의 질투 유발 소재로 인한 사소한 갈등을 이끈다.

1장에서 아내가 여성용 스타킹 아무렇게나 벗는다는 잔소리 상기 시키는 소재이기도 하다.


너 뭐 하는 짓이야? 지금 누구 홀리냐? 왜 스타킹을 그렇게 벗어?

다음 순간 지갑 분실로 작은 위기를 겪고 두 사람 뛰며 함께 찾으며, 다시 협동하게 된다. (작은 위기 앞에 거리 좁혀짐)

 

두 사람 뛴다. 어디로 가야 돼? 왼쪽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이 장면과 대사는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부부의 모습처럼 모두 삶 속에서

어디로 가야 될지 몰라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삶에 대한 은유 같았다.

 

불국사... 우린 끝내 못 갈지도 몰라....

봐 들었지? 들었지?

무슨 소리야? 무슨 종소리?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구먼.

왜 나는 들리는데 당신은 안 들려?

그럼 들으려고 노력해야 될 거 가냐.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아유.. 못살아. 내가 정말 황소랑 산다.

두 사람 다툼 이어진다.

  

행선지로 인한 갈등에서 나타난 ‘불국사’와 관련된 이미지, 스토리 텔링이 각자 살아온 삶의 차이만큼 다르며, 그 차이만큼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마음의 성지, 행복에 이르는 경로에 대한 차이를 ‘불국사’라는 장소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마지막을 통해 남편 또한 불국사를 가지 않아도 종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통해 아내와 마음의 성지를 향한 마음이 가까워진 것 같다.

 

이 두 부부 사이의 갈등은 치명적이고 심각한 사건으로 비롯된 것이 아니며, 갈등의 골이 그리 깊지도 않다. 연극의 첫 장면부터 시작되는 일상적 잔소리가 매일 조금씩 쌓여 누적되고,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전제로 하는 질투(대학선배, 옆집여자)로 비롯된 서운한 감정들이다. 또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지 않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다.

연극이 전개되면서 실마리가 풀리듯 하나하나 오해가 풀리고, 실은 서로를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는 진심을 알게 되면서 갈등이 해소된다.

이러한 갈등의 발생과 해결은 아주 기본적인 구조이나 이 특이점은 부부의 갈등이 단순한 해소와 화해의 구조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이 연극의 매력이며, 연극 전체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 상대방의 몰랐던 과거의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알게 되고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하지만, 바로 다음 장에서 작은 위기나 갈등이 생기고, 그들은 또 전처럼 사소하게 다투고, 질투한다. 꼭 우리 삶이 반복되는 것처럼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인생은 연극처럼 극단적으로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고, 극적인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그저 계속 흘러가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을... 오늘 화해하고 내일 또 싸우고...

연극의 결말이 정형화 교훈적 해피엔드 결말이 아니라... 마치 서서히 해가 지고 밤이 오듯이 fade out 되며 여운을 남겨, 미처 아직 연극의 끝을 맞을 준비를 하지 못한 관객을 배려하는 것 같다.

이 여운이 서정적인 정서가 뒷부분 여우가 함께 극대화되어... 도종환 시와 동심초 노래가 마음에 맴돈다.

 

차츰 어두워진다.

늦은 밤 달빛이 푸르다

별도 보고 좋네. 아주 훌륭한 여행이다.

사는 게 왜 이모양인지

살다 보면 별 일 다 있지 뭐

거봐.... 또 못 가잖아.

저기 봐.. 저기 별..

새벽 노부부의 모습 ‘ 아무 말 없이’

부부란 저런 거, 당신하고 별 보고 있으니까 나는 좋다.

 

어떻게 해야 우리 남편 기분 좋아지나. 어떻게 하면 기 좀 살려주나.

 마음의 성지.. 늘 마음 한 구석에 놓여있는 우리 집

종소리... 불국사 종소리...

 

들으려고 노력... 한 번만 좀 들어봐.

   

내가 그 종소리 듣나 못 듣나 한번 두고 봅시다.

당신 그거 알아요? 행복해지는 방법

누구나 마음의 성지가 있대. ( 극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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