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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쿤 나나 Aug 22. 2024

오늘의 손님

ลูกค้ามา

오늘의 손님은 어떤 사람들일까?

예약시간, 가이드, 인원체크를 하고 손님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다

첫 팀부터 늦어지는 하루의 시작.

나는 태국 투어샵의 알바생, 아니 '추와이ช่วย(돕다)'라고 부른다.

7월의 끝자락 한국은 장마에 비피해가 있다고들 하나 패키지여행은 계속된다.

3박 4일을 먹고 자고 비행기티켓에 관광지투어까지 하는데 자유여행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패키지여행들을 온다. 거기다 한국인가이드까지...

한국 여행사들의 모객능력과 여행객들의 여행욕구가 딱 맞아떨어지면 상상할 수 없는 초특가의 금액으로 해외여행은 시작된다.

이렇게 온 여행은 보통 옵션불포함, 쇼핑 3회를 꼭 거쳐야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치 유튜브에 영상을 무료로 보기 위해 보기 싫은 광고를 보며 건너뛰기를 기다리듯, 패키지여행에서는 관광을 하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필수 코스가 쇼핑이 아닐까 싶다.

손님들이 입장하면 나의 역할이 주어진다. 문 앞에서 인사하기 최대한 방긋방긋 최대한 공손하게 손님이 기분 좋게 시작한다. 강의실 같은 곳에 손님들이 앉으면 가이드가 멘트사를 소개해 주고 멘트사가 태국에 유명한 특산품들을 소개한다.

특산품이라 하면 농산물을 생각하기 쉽지만, 태국의 특산품은 주로 꿀제품, 건강식품, 건과일, 커피, 라텍스 등으로 태국에 여러 번 온 관광객이라면 변함없는 쇼핑리스트에 지겨움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것들이다.

그건 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든 비슷한 일정일 것 같다


마흔이 넘어도 망설임 이는 마음이 늘 존재하는 나에게 지금의 이 알바도 어찌 보면 스스로의 선택이라기 보단 나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모습에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선택은 스스로 하질 못했지만 막상 일을 하면 열심히 하고 일당을 받는 이상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만은 자발적이다.

여기서 알바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엄마, 가이드인 남편을 따라온 부인, 해외파견 주재원 부인등 어떤 사연들로 외국에서 살아가게 된 30~50대 여성들이다

나 역시 어쩌다 보니 태국에서 살고 있다


문밖에 버스가 도착하면 "루키 마~" 라고 큰소리로 알린다 (루카 마 : 손님 왔어요)

가이드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면  버스에서 손님들이 내리고 샵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의 일은 인사부터다. 

한국어로 인사해 주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하는 손님들도 계시고 또 쇼핑이냐고 투덜대는 사람, 화장실 찾는 사람, 더위를 이기며 실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버스에 앉아 있겠다는 사람 등등 여러 가지 모습이 펼쳐진다.

가이드는 제품설명이 있는 강의실로 손님들을 안내하고 손님들에게 멘트사를 소개하고 멘트사에게는 짧게 멘트 해달라고 당부한다.

문이 닫히고 20~30분 멘트를 하는 동안 알바의 일은 멘트사를 보조하면서 대기한다.

그동안 가이드는 멘트실 밖에서 샵의 관리자들에게 손님들의 성향을 설명한다

깔(색깔)이 좋다 혹은 안 좋다. 돈이 있다 없다. 구매력여부, 가족인지 부부인지 친구인지 동료인지 혹은 불륜인지까지...

잡다한 얘기들이 오고 간다

멘트가 끝나면 손님들은 체험을 한다

바르고 먹는 건강식품은 바르고 먹어보고 궁금한 것들을 알바들이 붙어서 안내해 주고 라텍스 같은 경우는 누워도 보고 베개도 베어 보고 이불도 덮어보게 한다.

알바는 그 모든 손님의 행동을 관찰하고 제품의 장점을 어필하고 판매유도를 한다

관심 있는 손님 (손짜이สนใจ :관심 있는)에게는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가격흥정에 들어가고 관심이 없는 손님에게도 한 마디씩 말이라도 걸어본다

손님들은 알바가 옆에 너무 다가가면 부담스럽다고 하고 말을 걸지 않으면 자기를 무시했다고 한다.

참 어렵다. 그리고 서로가 어색한 시간이다.

구매가 활발하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시간 때우기가 쉽지가 않다. 어색한 시간에 계속 제품얘기만 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어렵지만 조금 참자.

1시간 이내에 이 팀은 샵을 나갈 것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니 또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예의는 지켜줘야 훗날 여행사를 통해 뒷말이 없다

그러니까 좀만 참자.

구매가 끝나고 혹은 예정된 시간이 끝나고 손님들이 나가기 시작한다. 

돈을 쓴 사람이든 아니든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건네고 모두 나가고 나면 이러쿵저러쿵 약간의 뒷담화를 한다 그냥 그냥 그런 얘기들...

예약된 모든 팀이 끝이 나고 나도 퇴근이다

알바는 판매수당이 있지는 않고 시간당 일당을 받는다

한국기준으로 최저시급정도의 일당이지만 태국인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 해본 일자리이지만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돈으로 장도 보고 아이랑 맛난 것도 사 먹고 어떨 땐 그냥 지갑 속 든든한 내 에너지원으로 자리하고 있어 주니 감사하자!

예약된 팀이 또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커피 한잔과 일당을 챙겨 들고 퇴근한다.

다음엔  어떤 사람들이 여기에 오려는지...

그런 생각 따윈 떠오르는 즉시 날려버리고 집으로 향한다

나는 알바다. 수당만큼의 에너지만 소진하면 되는 알바.

그래도 출근 연락이 오면 궁금해진다 몇 명이 오는지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오늘은 나도 손님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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