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의 참된 즐거움 찾기
‘멀리 있는 목적지에서 보다는 그 가는 여정에서 즐거움을 찾으라.‘ (팀 쿡)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또래 동기들이 하나둘씩 은퇴한다는 소식을 알려온다. 그리고 함빡 시원한 표정들을 짓는다. 마치 이젠 온 세상이 내 것이라도 된 모습들이다.
한국 같으면 강제로라도 벌써 은퇴했겠지만 미국이라 다행히 지금껏 일할 수 있음도 큰 복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70의 나이가 넘어도 일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나도 지난주 런치 미팅 때에 상대방으로부터 도대체 언제 은퇴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다소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다행히 미팅에 같이 참석한 동료가 자신들이 앞으로 10년만 더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했노라는 대답을 대신해주었다. 아직 내가 옆에서 도와줄 것이 너무 많다는 부연 설명을 달았다.
그 친구의 대답에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아직은 ’꼰대‘가 아니라는 말처럼 들려서였을까? 아직 젊은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대부분 일과 관련된 긴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나 실적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업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다.
때로는 그런 스트레스들 때문에 쉬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회만 된다면 그런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희망일 것이다.
나도 2023 새해 첫날 쉬는 동안에도 새해 업무를 생각하면서 벌써 어떻게 일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한 해 동안 어떻게 끌어나가야 하는지 정말 많은 생각이 돌아다녔다.
한편 퇴직하는 친구들은 막상 자신들이 퇴직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디어가 별로 없어 보인다. 물어봐도 대책을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여행이나 골프 또는 있지도 않은 취미 생활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할 뿐이다.
이런 현상은 미리 준비나 연습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돈만 충분히 있으면 되는 줄 알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요 며칠 연휴로 쉬면서도 긴장을 내려놓지 못했던 건 분명한 일중독 증세였다. 은퇴한다고 그런 증세가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듯싶다. 사람이 생활의 패턴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이젠 일에 대한 자세를 바꿔보고 싶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일에 임하기보다는 이제 내게 일할 수 있도록 주어진 기회 자체를 음미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업무 실적에서 자신의 성취를 찾기보다는 나 스스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 굳이 목표만 앞에 놓고 허겁지겁 쫓아가지 않아도 더 좋은 결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않을까?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나중에 진짜 은퇴를 하더라도 다소 덜 당황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 자신의 정신건강에는 분명히 더 좋을 것 같다.
#gratitude #은퇴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