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속은 보이지 않고
황금색 겉만이 눈에 보이니
행여 네 속 보일까,
껍데기만 겹겹이 쌓아올렸구나.
이제 그만, 껍데기야 가라.
그 모든, 알맹이 없는 가벼운 것들은
바람에 훌훌 날려보내고.
껍데기야 가라.
그 모든, 그럴듯한 겉면만 가진 것들은
물에 두둥실 흘려보내고.
알찬 낱알들만 남겨둔 채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지며
그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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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나는 속이 꽉 찬 어른이 되어있을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간 날들이 늘어날수록 보이는 건 겉만 그럴듯하고 속은 들어차지 않은 것들 뿐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껍데기가 전부가 되어가는 세상이 온 것 같다. 진심을 담아낸 글 한 줄보다 그럴듯한 모습을 찍은 사진 한 장이, 또 그것보다 자극적인 영상 몇 초가 더 눈에 띈다.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것들은 잊혀져간다.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은 옳지 못한 것이 된다.
그래서 보이는 것들의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 간만에 내 글답지 않게 묘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집어넣으려고 애를 참 많이 썼다. 쓰고 지우고를 열심히 반복했는데, 간만에 노력해서 쓴 글인만큼 애정이 좀 더 가는 것 같다. 이럴 시간이 앞으로도 자주 나야 할텐데, 오히려 '이럴 시간에 판례 하나 더 안 보고 뭐하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헌법 공부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