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한 달 차 신입이라면 응당 나의 미래를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 회사에서 버텨야 하나? 아니다 싶으면 빨리 떠야 한다는데, 그게 이 회사인가? 대게 그런 고민에는 답이 없는 질문들이 많지만 개중에는 진짜로 아닌 거 같은 데와 같은 확신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한 이런 고민하는 신입, 정상인가요? 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겨주시기 바란다. 괜히 난 안 그랬는데, 난 저랬는데 하면 당신 말이 맞다. 응. 맞다.
Q. 개고생 해서 회사 들어왔는데 잡일만 시켜요. 저는 이런 거 할 인재가 아닌데요
A. 버텨라
냉정하게 얘기해서 당신은 회사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돈을 벌어오는 부서든, 관리하는 부서든, 하여튼 어느 부서에 해당하든 당신은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없다. 당신이 어디인가 모자라거나 혹은 덜떨어져서가 아닌 회사 분위기도 모르는 신입이 다짜고짜 거대한 계약을 따 내 PPT를 멋들어지게 발표하며 제가 바로 이 시대 '신입'입니다!! 를 외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에서도 당신에게 거는 기대는 없다. 쟤가 뭔 복사라도 제대로 하겠어? ㅉ 가 아닌 신입이 무슨 벌써 일을 해~ 이거란 뜻이다.
따라서 당신이 아직 복사만 한다던가, 회사 홈페이지만 들락날락 거린다던가, 혹은 사수가 하는 일을 바라만 본다던가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며, 훗날 어느샌가 일이 한가득 쌓여 있을 땐 이 시기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어딜 가나 신입에게는 중요한 과업을 맡기지 않는다. 이때만의 특권이라 생각하며 누려라! 이게 답변이다. 끝.
Q. 회사 미래가 안 보여요.
A. 당신의 내일도 모르는 게 사람인데, 회사의 미래까지 점칠 수 있다면 짐을 싸서 점집을 운영해라. 그게 아니라면 버텨라.
신입은 회사의 미래를 볼 수 없다. 당장 내일 할 일도 모르는데 회사가 향후 10년, 아니 당장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단 말인가? 막말로 여기서 안 해 XX, 하고 회사를 나가버릴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당장 경영진 낯빛이 흑색이다 못해 까매요, 우리 회사 어렵다고 기사 났어요, 이렇게 정확히! 물증이 없지 않은 이상은 대게 짐작일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 회사 망하는지 안 망하는지 가보자고,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다니는 것뿐이다.
Q. 같이 일 하는 사람들과 안 맞아요
A. 회사는 친목 모임이 아니다.
하다 못해 수평적인 관계도 아닌데 어떻게 나와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가? 도라이 질량 보존 법칙에 의해 어딜 가나 나와 극도로 안 맞는 인간 1명, 안 맞는 인간 8명, 관심 없는 인간 1명, 친한 사람 1명, 그리고 나. 도합 110%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넘어가라. 당신의 말이 맞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어디까지나 상식 범위 내의 일일 때이다. 만일 직장 내 괴롭힘 수준까지 생각할 정도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말고 박차고 나오자. 회사는 많다.
그래, 회사는 정말 많다. 나와 맞는 회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차라리 별을 따는 게 쉬울 것이다. (나는 문과다.) 그럼에도 계속 버티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내가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겪으며 쌓인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힘든 것은 맞으나, 버티다 보면 또 어느새 적응이 되기 때문이다. 정말 극도로 힘들어 당장 사라지고 싶었을 때, 주변의 모두가 그만두어도 된다고 했었다. 딱 한 친구만이 버티면 적응이 된다며 위로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이 너무나 위로가 되었다. 그만둬도 돼! 보다 버티면 적응이 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 가 오히려 힘을 낼 수 있게 해 줬다.
어딘가에 또 버티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할 신입에게, 오늘도 버텨야 하나? 백만번은 고민하는 6개월 미만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진짜 죽고 싶은 생각만 들면 버티고 나발이고 당장 튀어나오기를 바란다. 회사고 뭐고 내가 제일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전제 조건으로 깔고!!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