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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물없는 건물주 Feb 03. 2023

신입 사원의 고민은 끝이 없다

험하고 험난한 취준 생활이 끝나면 모든 게 완벽한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취준은 내 인생의 유일한 암흑기라 생각하는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은 크나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이제 또 다른 끝이 없는 고민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고민에는 명확한 답이 없다.


직무와 미래에 관련된 신입의 고민은 지난 화에서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화에서 다룰 내용은 그것과 사뭇 다르다. 미래, 진로 고민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좌절감, 우울감에 대한 내용이다. 지금 어딘가에서 죽을 만큼 괴로운 또 한 명의 신입에게 이 글을 바친다. 나만 이렇게 바닥을 치는 게 아니구나, 누군가도 옆에 바닥을 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때로는 무엇보다도 깊은 위로가 되기 때문에.


남들은 잘만 적응하는 거 같은데, 나는 왜 한 달도 안 돼서 이렇게 힘이 들까? 다들 팀 사람들도 좋아 보이고 일도 적성에 너무 잘 맞는 거 같고 나만 이렇게 겉도나? 이 회사가 나와 맞는 회사일까? 나는 적응도 못하고 우리 팀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챙겨 주지도 않고 나를 반겨 주는 거 같지도 않네? 그냥 퇴사해도 되는 걸까? 이직이 될까? 여기가 내 끝은 아닐까? 이제 나이도 있는데, 나를 받아 줄 회사가 있을까? 번 아웃이 온 것 같아. 쉬어야겠어. 그냥 퇴사하면 괜찮을까?


10분도 안 돼서 물꼬가 터진 고민들은 끝을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1년을 버티면 괜찮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15년이 지나도 이 고민들에는 답을 할 수 없다. 나보다 8개월 정도 취업을 늦게 한 친구가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다.

"어떻게 1년을 버텼느냐고? 나는 매일이 죽을 만큼 힘든데!"

안타깝게도 나는 버티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버틴 적이 없었다. 회사 문을 나가는 순간부터 지하철을 거쳐 집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울었던 날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중 일요일 저녁이 가장 고비였다. 눈을 뜨면 또 회사를 가야 하는 그 지옥 같은 경험이 나를 미치게 했다. 그 당시 나는 이미 객관적인 시선을 잃었고, 나의 우주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버틴 게 아니다. 퇴사하겠습니다! 한 마디를 할 용기가 없어 그냥 하루를 보냈다. 제 발로 지옥에 걸어 들어가는 괴로움이 연속되는 날들이었다. 월요일에 주저앉아 울고 있으면 시간이 다가와 말을 건다. "저기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그럼 황급히 옆으로 옮겨 또다시 좌절을 하면 다시 시간이 다가온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니까요." 어어어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주가 흘렀다. 1년만 참자, 1년만, 딱 1년만. 1년이 되는 날을 기념일로 설정해 D-day 숫자가 줄어드는 걸 확인하는 게 유일한 낙인 날들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집을 나오는 순간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축하합니다! 탈출 D-day!" 멍하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하철에 올라탔다. 응, 그렇구나. 1년이 됐구나. 그럼 이제 내 고민은 끝이 날까?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고민이 많고, 여전히 해답은 없다. 그러는 사이 또다시 시간이 흐른다. 누군가는 새로운 환경에 던져져도 금방 적응을 할 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온몸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몇 번이고 무너지고 또 부서졌다.


하지만 나는 도망치는 게 절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숲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 바닷가로 나가 자빠져 누워 좌절만 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온몸에 바닷물이 스며들어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럴 땐 최소한의 힘을 내 벌떡 일어나 숲으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내가 바다가 싫은데, 누가 뭐라 하겠어?

그럼에도 나 스스로가 깊은 곳에서 작게 "그래도 하루만 더 나와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면, 앞으로 남은 당신의 가시밭길을 기꺼이 응원할 것이다.


그럼 나는 왜 그 시간을 보냈느냐고?

나는 이기는 경험이 필요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 첫 번째 글을 읽으면 알 수 있듯 나는 이 전 포기한 경험이 많았다. 4번의 입사, 3번의 퇴사. 물론 나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버텼으면 모든 돈이 병원비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나는 3번 포기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가 그렇게 어느 순간 단정 지어 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극한의 상황에, 제일 최악인 회사임에도, 버틴 것이다. 내 두 발로 당당히! 멀쩡히!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기 때문에.

그래서 달라진 건 무엇이냐고? 아쉽게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회사가 미치도록 좋아졌다거나, 일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그런 전설의 포켓몬을 눈앞에 목도하는 것과 같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날카롭고 예민했던 날들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왜 직장인은 모두가 무표정인지, 왜 다들 때려치워야 한다면서 회사를 꾸준히 다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을 뿐이다. 물론 통장 잔고가 크게 변화하긴 했다..


장황하게 말을 늘여 놓았지만 결론은 늘 같다.

오늘도 거친 하루를 보낸 어딘가에 있을 신입에게,

어쩌면 당신보다 힘들었을, 아니면 당신보다는 조금 괜찮았을, 과거의 내 경험이,

이 글이, 위로가 되어 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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