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좌절한 날엔 따뜻한 차 한잔 어때?

날개를 잠시 접은 마음

by 서수정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걸음이 무거웠다.
그는 잠시 방 안을 둘러보다가 천천히 루미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또 떨어졌어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아마,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따뜻한 차 향이 조용히 방 안에 퍼졌다.
남자는 두 손으로 컵을 감싸 쥐었다.

"처음엔 괜찮았어요."

혼잣말처럼 말했다.

"한 번쯤은 실패할 수 있으니까요."

잠시 후, 고개를 숙였다.

"두 번도 괜찮았고요."

"세 번도…"

말이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근데 이상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해보겠다는 생각보다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방 안은 조용했다.
루미는 그의 뒤쪽에서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심리학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남자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계속 실패하면 사람이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고."

잠시 생각하다가.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했던가…"

그 말이 조용히 공기 속으로 흘러갔다.

창밖에서는 밤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올빼미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잠시 맴돌다가, 다시 어딘가로 내려앉았다.

"저 녀석도…"

남자가 중얼거렸다.

"오늘 사냥에 실패했겠죠."

올빼미는 잠시 후
다시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또 날아오르네."

그는 컵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조금 식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속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실패가 내 능력을 증명하는 건 아닐 텐데…"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냥…"

잠시 멈췄다가.

"내 마음이 포기하는 법을 배운 거겠죠."


루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한참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내일 한 번 더 해볼게요."

이번에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조금 분명해 보였다.
자기 자신에게였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나가기 전,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루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이상하게도,
누군가 등을 조용히 받쳐 주는 것 같았다.


"반복된 실패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무능함이 아니라, 포기하는 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사람은 다시 날개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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