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눈이라고 믿었던 것
밤이 깊어질 즈음,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걸음은 평범했지만, 무언가를 오래 참아온 사람처럼 어깨가 조금 굳어 있었다. 그녀는 방 안을 한 번 둘러보고 루미의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오늘도 사람들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회의 중에 스친 누군가의 표정,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 그것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내가 불편한 사람인가.'
그녀는 오늘 마주친 얼굴들을 하나씩 다시 떠올렸고, 그 눈들 속에서 자신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루미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판단도, 평가도 없이— 그저 가만히. 그 시선은 오늘 하루 마주쳤던 어떤 눈빛과도 달랐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고, 아주 작은 물음 하나가 마음 안에서 떠올랐다.
'혹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싫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낯선 생각이었지만, 거짓말처럼 마음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를 천천히 되짚어 보니, 누구도 그녀를 미워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다만 그녀 자신이 말했다.
'넌 왜 그것도 못 해. 왜 그렇게 말했어. 왜 더 잘하지 못했어.'
그녀는 가만히 웃었다. 조금 씁쓸한 웃음이었다.
그동안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 했던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보내던 시선을 사람들의 얼굴에 조용히 덧씌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루미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천천히 날개를 펼쳤다.
완전히 안은 것은 아니었지만, 무너지지 않도록 뒤에서 받쳐 주는 것처럼— 그렇게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사람들의 눈이 아니라, 오랫동안 외면해 왔던 자신의 마음을 처음으로 들여다보는 밤이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타인의 시선은, 때로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게 오래 보내온 시선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