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두 마음의 거리

겉으로 보이는 마음과 속에서 흔들리던 마음

by 서수정


그녀는 언제나 괜찮은 사람이었다.
누군가 부탁을 하면 조금 피곤해도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일이 조금 밀려도 “괜찮아요.” 하고 웃어 보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가끔은 그 말이 마음속에서 오래 맴돌았다.
괜찮아요. 좋아요.
정말 괜찮은 걸까.

그녀는 오래전 읽었던 한 문장을 자주 떠올리곤 했다.
소로의 말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듯한 선함은
보기 좋게 포장된 것과 다르지 않다.”

그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그녀는 한참 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선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정말 선한 사람일까.
그 질문은 그날 이후로 가끔씩 마음속에 떠올랐다.
누군가 또 부탁을 했을 때, 그녀의 입에서는 늘 같은 말이 나왔다.

“괜찮아요.” "알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듯한 선함.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늘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 문장을 떠올리면서도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
괜찮아요.

어느 날 밤,
그녀는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람들에게 화가 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쪽이 조용히 지쳐 있었다.

그녀는 밤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우연히 작은 불빛이 켜진 방을 발견했다.
문 위에는 아주 작은 올빼미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는 조용한 의자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 옆에는
올빼미 루미가 앉아 있었다.
루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또 그 문장이 떠올랐다.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듯한 선함.
그녀는 그 문장을 마음속에서 천천히 되뇌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조용히 말했다.

“… 사실은 괜찮지 않았어요.”

그 말이 방 안에 아주 작게 퍼졌다.
그 순간 루미가 천천히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어깨 뒤로 살짝 날개를 드리웠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덮어 주듯이.

그녀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밤.
그 밤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어쩌면 선함이란 늘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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