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붙들던 것들
그녀는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집은 늘 어딘가 어수선했고, 책상 위에는 종이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한 번 놓은 물건은 정확히 기억했다.
어디에 두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올려놓았는지,
컵의 손잡이가 어느 쪽을 향하고 있었는지까지.
물건이 보이지 않으면 그냥 넘기지 못했다.
“내일 찾지 뭐.”
그 말은 그녀에게 통하지 않았다.
서랍을 열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고, 밤이 깊어져도 멈추지 않았다.
찾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성가대에서 악보를 정리하던 날, 별생각 없이 내려놓았다고 여겼는데 나중에 보니 모든 책이 정확히 줄을 맞추고 있었다.
높이도, 간격도, 방향도. 그녀는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긋난 것을 그냥 두지 못하는 사람이었구나.
직장에서도 비슷했다.
스스로는 유연하다고 믿었지만 규칙이 어긋나면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시간이 늦어지면 가슴이 조였고, 순서가 바뀌면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올라왔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속에서는 무언가 삐걱거렸다.
그녀는 완벽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어긋남 속에서 불안해지는 자신을 붙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날 밤, 그녀는 루미의 방에 들어섰다.
의자에 앉기 전, 습관처럼 등받이를 바로 세우려다 문득 손을 멈췄다.
조명은 아주 조금 비켜 있었고 탁자 위 책도 중앙에서 살짝 어긋나 있었다.
그녀는 고쳐놓지 않은 채로 그대로 앉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삐뚤어진 각도도, 정렬되지 않은 책도 그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제야 알았다.
그녀가 지켜온 건 완벽함이 아니라
흔들리는 자신을 붙들어 줄 작은 버팀목들이었다는 것을.
정확히 맞춰놓은 간격,
어긋나지 않는 순서,
제자리에 놓인 물건들.
그것들은 세상을 통제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용히 세워둔 자신만의 버팀목이었다.
루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흐트러진 조명도, 비켜 있는 책도 그대로 둔 채
그녀가 스스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어긋난 채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조금 편안해졌다.
"완벽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으려 애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