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새 아프기 시작한 지 꼬박 만 5년이 넘어, 6년 차가 되었다.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직접적인 치료 외에도 건강을 되찾기 위해 생활 속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생활습관은 약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 내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습관은 쌓이고 쌓여 몸에 유익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꼭 하는 나만의 루틴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영양제도 꾸준히 먹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하다. 그 결과, 부담을 느끼지 않는 행동들이 데일리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대신 단 하루도 빠짐없이 몇 년째 지키고 있다.
우선 일어나면 따뜻한 물을 2잔 마신다.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을 마시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수족냉증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어릴 때부터 손과 발이 차가워 내 손을 만지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십 년간 한약부터 여러 시도를 했지만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두 번째, 내가 앓고 있는 질병인 CRPS의 통증 부위 오른발은 왼발에 비해 2~3도 체온이 더 낮게 측정된다. 안 그래도 발이 차가운 편인데, 통증 부위는 더 차갑다는 검사결과를 보고 우선 체온을 올려야겠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약의 부작용으로 찾아온 변비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아프기 이전 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진단받을만큼 툭하면 화장실에 가야 했다. 하지만 많은 약을 먹으며 오히려 변비로 고생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엄마가 따뜻한 물이나 차를 주시면 사약이라도 되는 것마냥 싫어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는 일은 배만 부르게 한다고 느껴져 부담되기도 했다. 처음 시작은 미지근한 물 1잔을 천천히 마셨다. 그 다음은 따뜻한 물로 1잔.. 몸에 적응이 되자 양을 2잔으로 늘려 꾸준히 마셨다.
이 습관을 지속한 지 1년이 조금 넘어갈 즈음.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들로부터 손이 따뜻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손이 너무 차가워 누군가를 만지는 것조차 미안할 때가 있었는데, 내 손이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듣다니! 꾸준함이 가져온 성공적인 변화였다.
추가로 이제는 약 복용량이 줄어 변비를 야기하지는 않지만, 아프기 이전보다 오히려 장이 더 튼튼해진 것을 느낀다.
따뜻한 물을 마신 후, 사과 2쪽을 먹는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아침이면 항상 사과를 챙겨주셔서 당연한 루틴이 되었다. 워낙 과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는 말이 있어 꾸준히 먹고 있다.
때로는 부모님이 사과와 당근을 직접 착즙해서 주시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착즙한 것을 먹기보다 최대한 원물 그대로 씹어서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사과와 함께 아침에 먹으면 좋은 음식인 계란으로 단백질을 챙긴다. 고등학생 때까지 엄마는 매일 한식스타일의 아침상을 차려주셨다. 밥을 먹지 않으면 학교에 갈 수 없을 만큼 아침식사는 우리 집에서 중요한 일과였다.
대학생이 되자 나만의 소소하지만 큰 일탈로, 아침에 밥이 아닌 시리얼 등의 가벼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탄수화물 조금과 계란, 우유 또는 무설탕 그릭요거트를 아침마다 먹는다.
동시에 꼭 같이 먹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견과류이다.
지난 몇 년간 복용하는 약이 많아 부작용이 심하게 찾아왔던 시기가 길었다. 후각과 미각이 극도로 예민해져서 향이 있는 음식은 먹기 어려웠다. 소화기관 또한 모두 약해져 몸에서 받아들이는 음식 종류는 많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나의 에너지 주공급원은 견과류였다. 엄마는 내가 잘 먹는 견과류를 이용해 견과류바도 직접 만들어주셨다. 밥조차 도저히 먹지 못하는 때에는 엄마가 만들어주신 견과류바를 먹으며 영양보충을 대신했다.
그러던 와중 피검사를 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가 기준치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주치의선생님께서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며 신기해하셨다.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을 낮춰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같이 말씀해 주셨다.
이전에 피검사할 때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 보던 중 가장 큰 차이는 매일 먹는 견과류였다.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음식은 오메가 3가 풍부한 음식이라고 한다.
맛있어서 먹었던 견과류가 내 몸에 약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견과류가 나에게는 하나의 영양제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면 견과류를 꼭 먹기 시작했다.
나는 타고난 성격상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조금 피곤하게 살기도 한다. 일례로 바게트 한쪽을 먹더라도 갓 구웠을 때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오븐에 돌려 먹는다. 후각과 미각이 예민한 탓에 나에게 맞는 천연발효종을 사용하는 베이커리집의 빵만 먹는 편이다.
견과류도 마찬가지였다. 기왕 먹는 것 가장 맛있는 원물을 구하고, 건강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견과류를 먹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산화되지 않은 견과류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매일 아침 냉동실에 보관된 견과류를 하나하나 종류별로 꺼내어 하루에 먹어야 하는 일정량을 섭취하였다.
또한 포장된 견과류를 와르르 쏟아 먹는 것이 아닌, 품질이 좋고 모양이 예쁜 견과류만 골라 먹었다. 수년간 이렇게 먹다 보니 이제는 모양만 봐도 견과류의 맛이 어떤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견과류가 몸에 좋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이상, 혼자만 먹을 수 없었다. 매일 아침 가족들이 먹고 출근할 수 있도록 전날 밤이면 견과류를 챙겨놔주기 시작했다. 견과류 별로 효능도 다르고 먹어야 하는 양도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비율과 개수를 지켜서 만들어 놓는다.
나 또한 약 부작용으로 식사를 하지 못할 때는 양껏 먹었지만, 이제는 식사를 통해 에너지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어 매일 적정량의 견과류만을 먹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투병 중인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 분들께 핸드메이드 선물을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 '내가 매일 가족을 챙겨주는 느낌으로 건강한 음식인 견과류를 선물로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지인들에게 선물로 드리는 건 최상품의 상태로 드리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산화되고 고온에서 볶는 견과류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 같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도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내가 자신 있는 이 분야를 사업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견과류에 진심인 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이럴 거면 직접 만들어서 팔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건강에 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다.
이제는 CRPS라는 질병에 얽매여 있지 않고, 즐기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시중 견과류를 구매해서 먹었을 때 아쉬웠던 부분들을 직접 더 건강하게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면 신나기도 한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쳤던 시간 속에서 큰 도움이 된 견과류를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