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버이날에 옷을 사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늘 다니던 옷가게에 갔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누워만 계시기에 편하고 가볍고 시원한 옷을 사드리고 싶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옷가게에서 적당한 옷을 찾았다. 얇고 간편하니 시원한 인견에 넉넉한 고무줄바지. 좋아하시는 반짝이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가장 무난한 윗도리도 세트로 사 왔다.
아무래도 사이즈가 클까 염려되어 입어보았다.
'와아~'
'정말 편하다.'
8부 기장에 사이즈도 적당,누워만 계시는 어머니께 딱이다. 아직까지 이런 바지(일명 몸빼 바지 비슷한 헐렁한 바지)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너무 좋은데...'
'내가 입은 것을 보면 더 좋아하시겠지.'
다음날 똑같은 바지를사서 입고 요양원에 면회를 갔다.백수를 앞둔 어머니께서 웃을 날도 많지 않은 세상,속없는며느리가 되기로 했다. 그렇다고혼자 몸빼의 세계로 갈 순 없으니 빈말일지라도 좋아 보인다는 말에 동서들도 같이 물고 들어간다. 우린 그렇게 시어머니와 며느리들 모두 똑같은 바지를 입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