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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Nov 11. 2024

콩설기 첫 도전기

떡집을 차리라는데요

 때는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 거두어들인 곡식들이 그득한 이 가을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제가 또 일을 저질렀어요. 또 어느 걱정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저 노랗고 포실포실하니 고소한 맛이 그만인 밤과 한입 베어 물면 초록빛이 감도는 구수함의 끝판왕인 서리태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어요. 시골에서 여물지도 않은 서리태콩을 가져와서 저녁 내내 까고, 가을의 선물이 준 밤을 손 부르트며 까서 준비한 것만으로 다인줄 알았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쌀을 얼마큼 불려야 할지 몰라서 덥석 5킬로를 불려놓고 방앗간에 전화를 했더니 2킬로면 충분할 양이라는데 해본 적이 없으니 알리가 없지요. 그제야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레시피가 없어 무조건 불린 쌀과 남은 쌀들 모두를 들고 방앗간에 갔지요. 마침 예전에는 어르신 두 분이 하시던 방앗간을 아드님 내외가 물려받아하시고 계시기에 수월하게 레시피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콩설기를 도전하게 된 계기는 언니 때문이었지만 계량이 없기에 애매하니 알쏭달쏭했는데 이 젊은 사장님 덕분에 황금 같은 레시피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콩설기에 도전하게 되었답니다.




 * 재 료

불린 멥쌀 2kg, 밤 800g, 해콩 1kg, 설탕 2 수저와 200g, 물 200ml.
◇ 요즘 찰진 쌀이 많이 나와서 밥맛은 좋지만 떡 용도에는 적합하지 않은 쌀이 있으니 꼭 방앗간에 문의하시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방앗간에서 소금을 넣어 빻아주신 멥쌀 3킬로를 들고 와서 1킬로는 콩송편을 하려고 따로 덜어내고 2킬로를 가지고 도전해 볼 거예요(생쌀 2킬로를 불리면 3킬로 정도가 됩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은 여물지 않은 해콩이라도 한나절은 물에 불려줘야 한다네요. 쌀가루가 금방 익기 때문에 자칫 콩이 덜 익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오자마자 콩부터 불렸답니다. 잘라놓은 밤은 더 작게 조각내어 설탕 2 수저를 넣어 단맛이 스며들게 뒤적여 놓았고요. 30센티의 찜솥에 쪄줄 거라 1킬로씩 두 번에 나누어서 해볼 생각이었지요.


1. 물 주기와 체로 쳐주기입니다. 1킬로씩 하니 첫 번째는 물을 90미리만 넣고 재빠르게 뒤적여서 체로 2번씩 곱게 쳐주었어요. 콩과 밤의 물기를 생각해서 내 맘대로 줄인 거죠. 그것이 문제였지요. 꼭 100미리를 넣어야 했어요. 생각과 달리 체로 치는 것이 팔, 어깨가 어찌나 아프던지 중노동이 따로 없더라고요. 그래도 남은 가루까지 분쇄기로 또 갈아서 야무지게 쳐주었답니다. 힘들어서 수액까지 맞고 와서 뭔 짓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일중독인 것 같아요.


2. 설탕을 넣어야 하는데 단것을 싫어하는 남편을 위해서 80그램만 넣고 그 대신에 밤과 콩을 더 많이 넣었더니 사장님 말씀대로 콩밭, 밤밭이 되었어요. 절대 너무 많이 넣지 말고 1킬로에 800그램도 많이 넣는 거라 했는데 넣어도 너무 많이 넣은 것이 화근이 되었지요.

 

3. 찜솥에는 중간정도까지 물을 채워서 끓여줍니다. 찜틀에 젖은 면포를 깔고 콩과 밤을 모양 좋게 적당히 배열하며 넣어줘야 합니다. 1차는 너무 많이 넣어서 떡을 쪄 놓으니 달라붙지 않고 콩과 밤이 분리되려 하니 2차가 허술해 보여도 적당했어요. 역시 과한 것은 좋지 않아요. 떡집 사장님 말씀이 옳았어요.

<1차와 2차>

4. 나머지 콩과 밤을 반씩만 쌀가루에 섞어서 찜틀 안에 넣어주고 마지막에도 콩과 밤을 촘촘히 배열해 주고 살살 평평하게 펴주었답니다. 절대 누르시면 안 됩니다. 첫 번째는 콩과 밤도 많이 들어가서 떡이 위로 부풀어 오르면 1킬로 양은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다 넣지를 못하고 거의 4분의 1 정도는 남긴 것 같아요. 제멋대로인 것이 문제입니다. 처음이라 그래요. ㅎ 꼭 끝까지 읽어보셔야 합니다.


5. 찜솥 물이 끓기 시작하면 쌀가루가 담긴 찜틀을 올려주고 타이머 20분을 맞춰주었어요. 그 사이에 2차 쌀가루를 체로 쳐주느라 정신없이 바빴지요. 타이머가 울리면 불을 끄고 뚜껑을 닫은 채 5분 정도 뜸을 들인후에 몇십 년은 되었을 선학표 넓은 쟁반에 첫 번째는 그대로 꺼내서 썰어 보았어요. 하지만 두 번째는 요령이 생겨 쟁반에 축축한 면포를 깔고 후딱 뒤집어서 놓았더니 제대로였답니다.

<1차 쪄진 모습과 2차 쪄서 꺼낸 모습>

6. 다 쪘으니 잘라주어야겠지요. 1차는 남편 거라 작게 잘라서 일일이 비닐에 싸서 스티커를 붙여 따로 담아 놓았어요. 달지 않고 콩과 밤이 많이 들어가서 딱 당신 입맛이라며 너무 맛있고 고맙다 하더라고요. 무슨 말씀을요. 콩과 밤을 까주느라 엄청 고생했거든요. 하지만 제 입맛에는 2차가 좋았어요.


7. 2차는 1차에 남긴 것과 남은 쌀가루 1킬로와 재료들을 몽땅 섞어서 한꺼번에 다 넣고 쪘어요. 왜냐하면 떡은 빵과 달리 부풀기는커녕 약간 양이 줄어든 것 같더라고요. 거의 처음과 비슷한 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꺼번에 다 쪄줘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어요. 물 주기도 밤과 콩양이 적어서 110미리 정도로 해주고 설탕도 110그램 넣어주고 1차분에 남은 것을 감안하여 10그램씩 더 추가한 셈이지요.


8. 양이 더 많아져서 23분 정도 쪄  후에 5분 뜸 들 인후에 꺼냈더니 쨔잔! 맛있는 콩설기가 완성되었답니다. , 다 쪄졌는지 확인할 때는 나무젓가락으로 찔러보았을 때 가루가 묻어나지 않으면  쪄진 거예요. 레시피가 중요한 콩설기였습니다. 멧쌀가루 1킬로에는 물 100리터와 설탕 100그램이 적당하고 20분 쪄주고 5분 뜸 들이기, 콩과 밤은 과하지 않게 넣기 콩과밤 합쳐 800그램 이상 넣지 않기. 여기서 문제는 방앗간에서 쌀을 바로 빻아왔을 때만 적당한 레시피입니다. 집에서 믹서기에 갈아서 하거나 쌀가루를 사서 한다면 물주기양은 반듯이 달라져야 하겠지요.




 이렇게 해서 수선스럽게 3시간이나 걸려 콩설기를 했지만 다음번에는 시간을 반정도로 줄여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이라 버벅대며 손에 익지 않아 힘도 들고 양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2차분은 떡집에서 산거보다 더 촉촉하고 맛이 있어서 기세등등하여 근처에 사는 시동생집에도 주었답니다. 낮에 대봉감과 수향미 햅쌀과 단감, 아삭이 고추를 한 보따리 들고 왔었거든요. 날도 어두워져 가지만 따뜻할 때 먹었으면 해서 바로 가져다주었더니 까서 얼려둔 밤을 한 봉지 주네요. 이런! 또 떡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동서가 전화를 했네요. "형님! 떡이 너무 맛있어요. 떡집 차리세요"

<시동생이 가져다줌>

 말은 고맙지만 어찌나 온몸이 후 달리 던 지 기운이 달려서 그건 어렵고 또 밤을 주었으니 떡은 한 번 더 해주겠다 했네요. 더구나 콩설기와 송편을 하려고 은 쌀가루 외에도 10킬로 1포대 중 남은 쌀은 가래떡으로 뽑아달라 했으니 앞으로 떡잔치는 계속될 거예요. 돌아오는 주말에는 4형제 내외가 모여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 면회를 하고 둘째 동서 육순이라 밥을 먹기로 해서 그날에 맞추어 떡국떡을 해서 나누어 먹으려고요. 또한 1킬로 남은 쌀가루는 며칠 뒤에 기운 좀 축적하여 콩송편을 하려고 합니다. 그때 또 레시피 올려드릴게요. 하다 하다 떡까지 만들고 뭔 짓인지 모르겠지만 완성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과 행복감은 최고였어요.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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