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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Dec 19. 2024

너는 나에게

등단했어요.

너는 나에게 햇살이별이었

언제나 내 가슴 한편에 자리한 

밝은 희망의 빛이 되어 반짝이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북극성이 되었던 걸 너는 모르겠지


너는 나에게 들판이고 숲이었어

거친 한강변 들길에 흘리던 조각들

따스한 추억이불되어 가슴까지 덮다

달마산 숲길의 푸른 조각조각들로 

마음까 깊어졌던  너는 모르겠지


너는 나에게 도전이고 기쁨이었어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망설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등불이 되

그 길이 환한 빛으로 물들어갈 때

너의 미소가 떠오른 걸 너는 모르겠지


너는 나에게 행복이고 나침반이었어

힘겨운 일이 있을 때마다

너를 떠올리며 살며시 웃음 짓다

다시 일어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되어 주었던 걸 너는 모르겠지


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야

없어서는 안 될 선물 같은 친구.




 경아!

 또 한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끝자락에서 편지를 쓰게 되는구나. 참 너도 나도 무심하다.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네가 자리하고 있으니 혹시 외사랑인가? 그래도 괜찮아. 나는 너를 믿고 사랑하니까.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간들만큼은 서로의 가슴에 각인되어 결코 사라질 수도 잊힐 수도 없기에 순간순간 너를 떠올리 희로애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단다.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 모든 것들을 맞추어 나가는 것에 결코 인색하지 않았던 너를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니. 너도 나도 지금은 하고 있는 에 열정을 쏟아내고 있지만 어찌 내가 너만 할까. 분명 몸과 마음 모두를 불사르며 최선을 다하고 있을 너를 상상하며 때로는 반성하곤 해. 열정을 빼면 네가 아니기에 어떤 일들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을지 가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너였으니까.


 그에 비해 나름대로 나만의 시간여행을 하며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너무 안이하게 살고 있는 건가 헷갈릴 때도 있지만 그런 너도 그런 나도 사랑하는 것은 여전하단다. 글을 쓰게 되었다고 뒤늦은 고백을 한지도 1년이 지났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소식을 시국이 어수선하여 조심스럽지만 이렇게나마 본다. 어쩌다 그리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왜 뜬금없이 시인이 된 건지도 말이야.  도전에 등단이라니, 지금도 얼떨떨하거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지도 모를 글쓰기강좌라도 가볼 만할 테고, 독서모임이라는 것도 해볼 만할 텐데 어쩌다 보니 나 혼자 이 길을 걷고 있더라. 그래도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네가 내 마음속에 있고, 글 쓰는 플랫폼에서 만난 이웃들이 나의 동료가 되고 스승이 되어 주었어. 이제 시작이란 걸 알아. 주어진 달란트가 턱없이 빈약하여도 지금부터 다시 해 보려고. 흔들리며 피는 꽃이 뿌리를 깊숙이 내리듯이 온전히 나의 글이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잖아.


 생각나니.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같지도 않은 글을 써서 은근슬쩍 책상 위에 올려놓고 네가 읽어주기를 바랐던걸. 글을 써 본 것이라곤 동네 까막 할머니들의 부탁으로 객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써 드리고, 중학교시절 이성에 일찍 눈 뜬 얼굴만 예뻤던 친구의 연애편지를 온갖 미사여구를 총 동원해 대필해 주었던. 우정이라는 이름아래 편지를 주고받았던 동창생들. 열차에서 만난 그 청년과 편지로 나누었던 풋풋했던 그 감정들. 그것이 전부였는데 지금 글을 쓰고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시인이라니 너는 알고 있으려나.


 어쨌든 글을 쓰고 있는 네가 부러웠고 그때부터였을까. 그럼에도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로부터 20여 년도 훌쩍 지나고 나서야 나는 네가 가던 길을 지금 걷고 있단다. 지금까지의 모든 길에는 네가 있었고 네가 나에게 준 선물들로 가득했어. 그래서 등단소식을 들었을 때 어찌 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니. 얼른 소식을 주고 싶었지만 나는 기다리기로 했어. 네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까지 말이야. 우린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넌 분명 잘 살아내고 있을 테니까.


지금  순간도 네가 내 친구라서 좋다.

내일도 모레도 그럴 거야.

고맙고도 좋은 내 친구

다음에 또 쓸게 안녕.


항상 제 글을 응원해 주시고 댓글로 사랑을 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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