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명, 대출일,
도서명, 반납예정일
부르지 않은 내가 여기 있다
누구이고, 어느 책을, 언제까지
반납할지 명료하게 정해진 너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가보지 못한 길이 발길에 차이는데
이미 살아야 할 날이 정해진 것처럼
조급함이 책장을 넘긴다
벽돌 같은 책들이 낱장이 되고
끝없이 마음의 양식을 삼켜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그믐달이 되어 폐부를 찌르고
내가 누구인지 어디를 가고 있는지
책 속 어딘가에서 그 길 찾으려
오늘도 손끝 닳도록 넘기다
한 장 남은 달력에 침잠하며
끝내 찾지 못한 길에
비어져가는 곳간이 서늘하고
부딪치는 살갗 피멍 들어
한탄이 눈물이 되고 강이 되어도
멈추지 않는 세월은 또 흐른다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들에 찢겨
세상도 그리 정해졌으면
책 속의 그 길들은 다 어디로 가고
그 많은 양식들은 누가 먹을지
도서관문 닳도록 허튼 상념에 젖다가도
여전히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야 할까
심연의 밤 고독을 머리에 인
끝없는 사유의 길 초승달이 동무하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