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파괴의 힘은 신기술이 아닌 고객이다
현대 비즈니스의 성공은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에서 찾을 수 없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고객의 행동 패턴은 더욱 복잡해졌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성공하는 기업들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기존 가치사슬을 이해하고, 그 중에서 가장 약한 연결고리를 찾아내 끊어낸다. 이 전략은 "디커플링(Decoupling)"이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재편하는 힘을 가진다.
디커플링의 대표적인 사례는 익히 알려진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고객이 TV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검색-구입-사용’이라는 일련의 단계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구입’ 단계에 집중했다. 검색은 고객 스스로 하게 하고, 사용 단계는 제조사에 맡겼다. 아마존은 단 하나의 연결고리인 ‘구입’만을 낚아채면서 온라인 쇼핑의 왕좌에 올랐다.
우버 역시 마찬가지다. 우버는 차량을 소유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사용’ 단계만을 제공했다. 고객은 차량을 검색하고 구입하고 유지할 필요가 없게 했다. 우버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며 시장을 혁신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단계만을 공략했다. 고객이 인터넷을 연결하고 영화를 다운로드하거나 DVD를 반납하는 번거로운 단계를 제거하고, ‘스트리밍’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고객 경험을 재설계했다. 이처럼 디커플링은 고객이 가장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으로 느끼는 연결고리를 제거함으로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마켓컬리는 요리의 번거로움은 남겨두되, 신선한 재료를 새벽에 바로 배송하는 모델로 고객을 사로잡았다. 배달의민족은 음식을 직접 주문하거나 찾으러 가는 과정을 제거하고, 고객이 ‘음식을 기다리는’ 단계만 제공했다. 이들 기업은 고객 가치사슬의 특정 부분만을 떼어내어 전문화하고, 그 부분을 장악했다.
디커플링은 단순히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의 시장 구조를 흔들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다. 탈레스 교수는 디커플링이 “심각한 도전이자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고객 가치사슬에서 불편함을 제거하는 기업들은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나아가며,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리고 시장의 핵심을 차지한다.
오늘날 기업들은 이 강력한 전략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디커플링은 더 이상 거대 기업만의 전략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고객의 불편함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불편함을 해결하는 연결고리를 제거한다면, 작은 스타트업도 거대한 해일 위에 올라설 수 있다.
결국 비즈니스 성공은 고객 관점에서 시장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고객이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연결고리를 끊어낸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장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 이 디커플링의 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자만이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