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러운 일이다
뉴욕이 조만간 새 시장을 선출한다. 민주당이 '조란 맘다니'를 후보로 내보냈다.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뉴욕의 젊은 세대는 민주사회주의자라는 점에 열광하고 있고, 월스트리트와 민주당 주류는 그 점 때문에 걱정하고 있다.
원래 민주당의 유력 후보는 뉴욕주지사를 역임한 앤드루 쿠오모였다. 쿠오모 가문이 뉴욕주에 뿌리를 깊게 내린 리버럴 엘리트 집안인 만큼, 다들 쿠오모가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쿠오모는 현대 리버럴 엘리트다운 안일함 때문에 맘다니에게 후보 자리를 넘겨야 했다.
맘다니도 꽤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선전 실력에서 차이가 드러난 것 같다.
우리나라 사회주의자들도 맘다니의 약진을 반기는 분위기다. 일부는 벌써부터 맘다니의 성공 원인으로 급진적인 면을 지목하며, 한국 좌파도 보다 급진적이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맘다니와 그가 속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은 그닥 성실한 사회주의 그룹이 아니다.
DSA가 보는 세상은 이렇다. '자본가와 노동자는 계급 갈등을 벌이고, 강대국은 제국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싸움에서 착취당하는 계급과 민족이 승리해야 한다.' 딱 제3세계 반제국주의 좌파 또는 우리나라 원외의 통속적인 사회주의자 수준이다. 물론 미국에는 훌륭한 사회주의 전통이 있었지만, 그 전통을 잘 이어받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
맘다니의 공약도 딱 그정도 수준이다. 무상버스, 무상보육, 임대료 규제, 주택을 개선하지 않는 집주인 단속, 시립 식료품점 운영, 법인세 인상과 부유세 도입, 2030년까지 최저임금 30달러로 인상 등. 이중에서 무상버스와 무상보육은 시도할 법하고 또 필요한 정책인데, 나머지는 덴마크처럼 효율적인 사회주의 국가라면 뉴욕과 같은 조건에서 하지 않을 법한 것들이다.
물론 뉴욕은 불로소득의 도시이니, 그 부분을 공략한다면 저 공약들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뉴욕은 부자의 유출과 이주민의 유입을 막을 수 없는 위치라는 점이다.
저 모든 공약이 실현된다고 치자. 뉴욕시 밖으로 떠나는 데 여권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부유층은 얼마든지 이웃 지역으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개혁은 지역이 아닌 전국 단위로, 그리고 계급 타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인근 지역의 노숙자와 노동자가 복지혜택을 쫓아 몰려든다면 뉴욕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난민 위기를 겪는 유럽처럼,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갈등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연방정부가 지원해 준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지금 연방정부를 틀어쥐고 있는 것은 무분별한 반사회주의자 트럼프다. 한마디로, 맘다니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날 것으로 말하자면, 맘다니는 사회주의를 우습게 보고 있다. 공약을 보면, 맘다니는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점이 북유럽 사회주의자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맘다니는 성실한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뉴욕에 사는 상대적 빈곤층과 고학력층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는 극좌 포퓰리스트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면, 과거의 훌륭한 사회주의 전통과 단절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두 나라에서 사회주의란 좌익 포퓰리즘의 포장지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