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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y 15. 2024

무언의 과한 배려는 황혼이혼을 부른다


어젯밤 북토론을 마치고 정리하니 10시 40분이다. 학원문을 나서며 아들에게 전화를 한다. 지난주 일본 여행을 다녀온 터라 여행후기가 궁금했다. 둘이서 가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내심 더...


" 아들 오데고?"

"아직 회삽니다"

"아직? 왜? 바쁩니까?"

"일이 좀 밀려서 마무리하고 갈려고 합니다. 이제 마쳤어요. 엄만 어디세요?"

"학원에서 막 나왔어, 집에 가려고"

"늦었네요. 엄마도"

"응 북토론이 있었거든..."


이렇게 시작된 수다는 여행 사진 몇 장을 보내달라고 하고 어땠는지 물어본다


11년 사귀는 동안 둘이서 여행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결혼을 앞두고 처음 일본을 다녀온 거다. 여행은 너무 좋았다고. 돌아오는 길에 아쉬운 점을 나누다가 아차 했다는 게 있단다. 뭐지?


자유여행을 다니며 계산을 할 때마다 아들이 짧은 일본어로 모두 질문하고 결재를 해버려서 서운했다는 거다. 자기도 서툰 말이라도 직접 해보고 싶었는데 아들이 다 알아서 해버려 서운했다고...


헐~ 이해가 된다. 보나마다 아들 녀석은 여자친구를 배려한다고 전부 알아서 했을 거고, 내심 나서고 싶었던 여자친구 성격상 그대로 보고만 있었을 거다. 그런 말은 금방 하면 되는데 말이 없이 가만히 보고 웃고만 있었을 표정이 떠오른다. 진작에 물어볼걸~ 하는 아들, 그런 말은 그때그때 하지... 내성적인 울 며느리가 눈에 선하다. 둘은 다음엔 그러지 말고 천천히 기다려주며 서로 계산하자고 했다니 됐다. 돌아오면서 좋은 점 배울 점 아쉬운 점을 나누다 '아차'했다는 아들의 말을 들으며 지나친 배려는 오히려 맘을 건드리는구나 나를 다시 돌아본다.


어는 노부부가 황혼이혼을 하면서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법원에서 노부부는 이혼을 하고 마지막으로 치킨집에 들렀다.

" 자 이거 먹어" 하며 할아버지는 할머니께 닭다리를 건넸다. 

 "끝까지 영감 맘대로 하네" 하며 할머니는 화를 낸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닭다리를 양보하며 줬는데 할머니는 화를 낸다. 

"영감은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잖아" 할아버진 어리둥절하다. 

"나는 평생 좋아하는 닭 날개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영감이 다 먹어서, 난 언제나  싫어하는 닭다리만 먹으라 하고"... 할아버진 눈이 동그래진다. 할아버진 자신이 젤 좋아하는 닭다리를 양보하고 싫어하는 닭 날개를 먹었던 것이다. 


소통의 오류다. 대화의 부재인 것이다. 

아들에게 이야기해 줘야겠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엄마에게 그러진 않았나 도돌이를 해본다. 기억의 어느 구석에서 나의 배려가 타인의 상처가 된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나도 모르게... 저 할아버지처럼 상처 준 적이 없는지...



아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싶다. 



#지나친배려 #글쓰는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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