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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y 24. 2024

얄미운 학부모


 4월 1일 학원에 등록한 한 학생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여자이다.  그 아인 어제까지  아직 레슨비와 교재비를 한 번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엄마에게 전화나 문자를 해도 깜깜무소식이다. 처음이다. 학원 원장 생활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원비를 한 번도 납부하지 않는  엄마는 처음 본다. 아인 한 번도 결석을 안 하고 학원을 너무 잘 나온다. 걔다가 열심이다. 재미를 붙였다.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도 읽고 대답은 안 하고~ 치이~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 처음 학원에 상담하러 왔을 땐 월급날에 맞춰 4월 7일에 입금시켜드릴게요 하길래 그러시라고 했는데 ....4월 7일 이 지나고 5월 7일이 지났다. 


어젯밤 무심결에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다음 달 6월 10일까지 레슨비를 내겠다고 한다. 툴툴 걸리는 목소리에 맘이 별로다. 한 번이라도 문자나 전화로 형편이 어려워 후불로 납부한다든지, 무슨 다른 설명이 있으면 좋겠는데 툭! 자기 말만 하고 끊었다. 이럴 땐 어쩌나? 4월 1일부터 아인 지금까지 학원을 너무 잘 다니는데 말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무료로 레슨 할 마음으로 지도했다면 좋은 마음으로 그냥 지도할 텐데 엄마의 태도가 영~ 

아이만 학원을 꼬박꼬박 보내고 한 번도 교육비를 내지 않는 엄마. 한 번이라도 한 달이라도 교육비를 납부하고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면 이해하고 미루거나 학원비 할인을 할 텐데...


몇 해 전 고3 친구 둘을 1년간 저녁밥을 해먹이며 연습을 시켜 둘 다 음대를 보냈다. 한 친구는 사범대 음악교육과로 진학을 했고 한 친구는 4년제 대학 음대 피아노 전공으로 입시에 성공을 했다. 그건 내 마음이 허락한 일이었다. 우리 선생님은 나보고 "원장님  왜 그러세요? 밥해 먹이는 학원이 어딨어요 하지 마세요" 4명의 선생님이 모두 의아해했고 날 말렸다. 아니다. 내 맘이 그 아이들을 측은이 여긴 거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갔다가 밥 먹고 연습하로 오면 시간이 두 시간을 잡아먹었다. 오가는 길과 식사 시간이 아까웠다.


 난 아예 집에서 밥통을 들고 왔다. 쌀과 김치도 가져다 놓고 가스버너도 비치해뒀다. 초등부 아이들이 7시쯤 다 가고 나면 입시 아이들이 학원엘 온다. 그럼 6시 30분쯤 밥을 하기 시작한다. 7시 40분이 우리들 식사시간이었다. 간단히 밥과 반찬 몇 가지로 저녁을 먹였다. 밥하기 싫을 땐 김밥이나 짜장면을 시켜 먹기도 했다. 한 학생의 엄마는 농사지은 쌀과 김치를 가끔 보내주기도 했다. 1년이었다. 아이들이 고3 때라 오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내가 하고 싶어서 했다. 그러면 된 거다. 내 맘이 허락하면.


시골이라 버스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버리는 시간이라 난 시간을 벌어주고 싶었다. 입시 때 연습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두 아인 형편이 어려워 교수 레슨도 한번 받지 못했다. 마지막 입에 곡 정리할 땐 유능한 친구 딸에게 레슨을 부탁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아버지가 아프고 엄마가 보험 일을 하는데 형편이 어려워 레슨비를 늘 느리게 냈다. 그래도 아이가 피아노 이외에 아무것도 의욕이 없어 데려다 시겼다.  늘 쳐져 있는 아이가 저녁밥을 먹으며 신나하고 재미있어하는 게 보기 좋았다. 


가난한 여고시절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가 생각나 아이들에게 그렇게 했다. 내 맘이 허락하면 밥을 해먹이는 일도 즐거운 일이 된다. 


2년 전인가? 사범대 음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친구 엄마로부터 김치가 왔다. 학원 앞에 라면박스에 가득 김치가 온 거다. 학원을 그만둔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말이다.  아이들 밥해 먹일 때 그 아이 엄마 김치가 맛있다고 몇 번 이야길 했다. 반찬집하시라고~ 가끔 보내주는 반찬이 참 맛났다. 엄마는 김장철이면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렇게 뜻밖의 김치 선물은 내내 훈훈한 에피소드로 남아있다. 행복하다. 생가만 해도...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안 하고 툴툴거리며 원비도 한 번도 내지 않고 아이만 보내는 엄마는  얄밉다.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데... 잊어버리거나 깜빡해서 교육비를 미루는 엄마들은 이해를 한다. 대부분 학부모님들은 제때 알아서 교육비를 납부하고 학원을 그만 둘 때도 전화로 편하게 서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마무리를 한다. 그러나 한 번도 학원비를 내지 않고 아이만 보내는 엄마.... 얄미워~ 


엄마의 태도에 맘이 상한다, 아인 이쁜데 엄만 밉다. 이럴 땐 어떻게 하나? 고민 중이다


                                                            © two_tee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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