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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피아노쌤 May 26. 2024

김밥과 초콜릿


토요일 새벽부터 스케줄이 빡빡하다.


호프맨 작가님의 인문학 공부 - 비즈인큐 강연 - 문장 공부 스터디 모임으로 꽉 찬 하루를 보내겠다. 


1번 스케줄 - 새벽 호프맨 작가님의 인문학 강의에서 오랜만에 학창 시절의 느낀 수업을 느꼈다. 음악사 바로크부터 라흐마니노프까지. 슈만과 클라라, 쇼팽과 조르주 상드, 사운드 오브 뮤직까지 러브스토리는 미소를 짓게 한다...  교수님이 기말고사 직전에 요점정리 주듯 음악사를 다 훑어 주셨다. 새벽을 꽉 채우고 서울로 가는 길은 가슴도 가득했다. 


2번 스케줄 - 문장 공부 2기 오프라인 모임이다. 책과강연에 일찌감치 달려갔다. 아침 비즈인큐에 문공리더인 전유정 작가님을 응원하려고 서둘렀다.


비즈인큐 17회 공동육아 협력의 힘





현직에서 아이들과 직접 경험한 스토리들로 이어진 이야기, 세분 모두 작가님들이라 말도 글도 참하게 꽉 채운 시간이다. 책을 모두 구매했다. 사실 책이 있지만 또 구매한 건 우리 학원 학부모님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서다. 읽건 안 읽건 그건 모르겠지만 내 맘이 그러하다. 나야 육아에서 벗어났지만 아이들 이야기는 언제나 상큼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스토리는 귀 기울이게 되는 관심분야이기도 하다. 전 유정 작가님 하나 왕비님(박정희) 박현정 작가님 유아교육의 전문가들이다. 아이들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 많이 들었으면... 아까운 강의다. 


기억에 남는 건 아이들이 학원이나 학교 유치원에서 하는 말은 집에서 배운 대로 가 아니라 몸에 밴대로 말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기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교사로서 원장으로써 마음가짐 특히 보모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이라 말한 작가님의 이야기는 내게도 적용한다. 맞아! 아이들에게 부모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모든 사람인 게다. 나도 중요한 사람이라는 책임을 가지고 더 고운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만나야겠다. 


교사로서 자존감은 풍선이 아니라 농구공에 채워라. 농구공은 잘 빵꾸도 안 나지만 행여 구멍이 나도 다시 바람을 빡빡하게 채우면 된다는 말씀에 고개 끄덕해본다.  아이들에게 보이는 교사로서 성적표는 어떨까? 글쎄? 성적이 어떠하든지 난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할 수 있는 참한 레슨을 이어갈 것이다. 사실과 구체적인 칭찬을 아끼지 말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레슨 하기.... 오랜만에 다짐하는 시간이다. 



3번 스케줄 - 식사 후 2시 기다리던 문장 공부 시간이다. 


우린 테이블 위에 있는 연결되지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2개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걸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잠깐의 시간 동안. 캬~ 순발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시간이다. 내가 뽑은 건 김밥과 초콜릿이다. 







티슈와 시계, 생각 차와 수첩, 사탕과 연필.... 우리 네 사람은 잠깐 집중하고 글을 써나가기 시작한다. 


김밥과 초콜릿이라~ 음~ 잠시 멈춤. 일단 뭐라고 써보자. 그리고 줄줄~ 글을 써본다




김밥과 초콜릿



3일간 쫄쫄 굶었다. 금식을 하라는 의사의 명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내가 선택한 금식이다. 세쌍둥이를 유산 후 병실에서 넋 나간 듯 하얀 천장만 바라본다. 하염없이 흐르는 건 엄마로서 지켜주지 못한 생명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다. 뭐라도 해야 한다. 옆 침대에선 아들을 낳았다고,  딸을 낳았다고 축하의 병문안이 이어진다. 등을 돌려 누웠다. 



소주 한잔하고 온 남편은 병실 밖에서 들어오지도 못한다. 나를 볼 수 없다. 아니 보고 싶지 않은 건지, 위로의 말을 못 찾은 건지, 아님 스스로 자기를 토닥이는지 모르겠다. 그를 챙길 여유가 없다. 병실 천정에 까만 동그라미를 새기 시작한다. 하연 석고보드에 뚫린 까만 구멍 그 블랙홀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꾸역꾸역 쑤셔 넣으며 말린다. 삐쩍 마른 이쑤시개가 되어야 보이지 않는 블랙홀 속으로 확실히 날려버리겠다는 생각뿐이다.



이젠 눈물도 말랐다. 나의 사막엔 아무것도 없다.  뜨거운 태양만이 말린 오징어처럼 나를 말리고 밤이 되면 명태덕장인 양 꽁꽁 얼린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병실 안 공기는 내 침대에서만 일어나는 신기한 현상이다. 아무도 누구도 탓하지 않는데 내가 나를 탓한다.




침대 옆 작은 테이블 위 창가 왼쪽 모서리에 초콜릿이 하나 있다. 집어 들었다. 다 녹아 말랑거린다. 8월의 햇빛에 과하게 노출되었나 보나. 병원밥 맛없다고 남편이 사다 놓은 김밥이 눈에 띈다.  몸을 일으켜 침대 테이블을 펼쳤다. 손 뻗어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물컹~ 모양이 없다.  껍질을 까니 축축하게 늘어진 까만 갈색이 뚝뚝  테이블에 떨어진다. 줄줄 샌다. 오른쪽 검지로 초콜릿을 문질러 폈기 시작한다. 손끝에 따스한 초콜릿 감촉이 좋다.  네모 모양으로  초콜릿을 펼친다. 남편이 두고 간 김밥을  초콜릿 위에 놓았다. 그리고 손으로 억지로 초콜릿을 감아본다.  김밥에 초콜릿이 엉성하게 묻어 나온다. 김밥에 초콜릿을. 초콜릿에 김밥이 엉기게 한다. 재미있다. 미친년 널뛰 듯 정신없는 짓에 피식 웃음이 난다. 



잊어야지. 이미 하늘의 별이 된 세쌍둥이를 애타하는 마음도 잊고 불임의 설움도 잊어야지. 김밥을 초콜릿이 덕지덕지 묻도록 자꾸 굴린다. 초콜릿 김밥 속살이 터져 밥알과 단무지 당근 시금치 우엉이 제 맘대로 흩어졌다. 속이 후련하다. 




엉긴 초콜릿과 김밥의 까만 김이 엉기고 섞여 엉망이다. 웃음이 난다. 내 맘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눈물 나는 웃음을 짓는다. 남편이 들어온다. 아무 말 없이 날 쳐다본다.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다. 물티슈를 찾아온다. 그가 싹~ 닦아 치우고 정리를 한다. 아무 말이 없다. 눈이 마주친다. 핑~ 그도 울고 있다. 그래 됐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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