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티작가의 직업의식과 예술관
대학생 신분으로 알바 삼아 콘티를 그리던 시절까지 합하면 나의 콘티작가 경력은 대략 18년 정도 될 것이다.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2015년부터인데. 그 때부터 치더라도 9년은 된다.
콘티작가가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벌까? 쉬지 않고 한달 내내 바쁘게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2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항상 그렇게 버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이슈로 인한 소비심리가 위축될 때면 어김없이 업계에도 한파가 밀려온다. 어떤 때에는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이 없을 때도 있다^^ 그리고 임금도 바로 입금되지 않는다. 석달에서 반년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광고를 제작하는 업체가 클라이언트에게 제작비를 정산 받은 후에야 비로소 우리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행이 그렇다.
그림의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높은 이들이 보기에 콘티는 '대충 그린 만화' 정도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업계를 대표하는 베테랑 콘티작가들의 능력을 열거하면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을 납득하게 될 것이다. 우선 촌각을 다투는 광고업계에 맞추기 위해 잠 자는 시간도 미뤄 가며 일한다. 밤 새워 일하고 다음날 오전에 잠에 취해 있을 때 전화벨을 울리며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래 보이는 그림을 몇 시간 만에 완성했을까?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다. 제 아무리 그림에 능숙한 사람일지라도, 어느날 갑자기 건네 받은 이야기와 설정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또한 콘티작가는 연출자와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납득할 만한 그림이 나온다. 그렇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