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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살랑 Jun 18. 2024

모기

밤새 모기 한 마리가 영 성가셨다. 

낮지 않은 아니 오히려 좀 높다 싶은 기분 나쁜 데시벨의 삐-와 윙-의 중간음. 

참 신기하게 소리만 나고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두 마리도 아니었다, 꼭 하나였는데 고 작은 한 마리가 그렇게도 미치게 했다.  



거절을 배우는 중이다. 

투고메일을 보낸 곳으로부터 이런저런 거절의 말들이 도착 중이다. 허나 아직 매운맛을 본 건 아닌 거 같다. 앞으로 어떤 팩폭을 맛볼지 몰라 더 긴장되기도 하다. 근데 팩폭은 피가 되고 살이 되기라도 한다. 무응답은... 이건 머 피가 마르기만 하는 듯.


두 번째는 거절이라기보단 '스스로' 생명을 보호하여 사는 연습 중이다. (오늘 큐티 본문에 나온 말씀) 엄마와 해야 했던 애착을 이제 보니 언니와 하고 있었다. 나는 언니만큼 가족에 대한 연민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언니와의 관계에서는 아니었나 보다. 영화 [아바타]에서 아바타들이 머리끝을 어디 꽂으면(?) 영혼이 연결되는 장면이 생각난다. 언니와 머리끝과 끝을 서로 연결하고 살았던 것 같다. 떨어져야 한다. 



며칠 전 안방 화장실 벽에 붙어있는 모기를 발견하고 크게 때려잡았다. 옳다구나 기쁜 맘으로 손바닥을 봤는데 시뻘건 피가 흥건하다. 나쁜 놈. 어젯밤 내 심장이 뿜어낸 피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모기 너도 참 기구하다. 살기 위해선 누군가의 피를 빨아야만 하는데, 살기 위해 한 일을 갖고 나쁘다고 한다. 또 눈에 뜨기만 하면 죽이려 한다. 도무지 마음 놓고 살 수가 없다. 허나 이것이 섭리이다. 모기는 열심히 피를 빨아대고 우리는 그걸 열심히 잡아 죽인다. 그래야 더 근원적인 가치를 지키며 건강한 자연의 섭리가 이루어진다. 각자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할 때 유지되고 돌아간다. 



어젯밤 나를 괴롭혔던 그 모기 한 마리는 여전히 안방 혹은 집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잠을 뒤척이다 그놈을 잡기 위해 불시에 불을 켜고 노려보는 혼자만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그나저나 콘센트에 꽂혀 빨간 불을 밝히고 있는 해피홈아, 너는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니. 

구식 홈매트가 더 효과적인 듯 하구나. 연기나 향기가 직접적으로 나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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