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노랑」 미로코 마치코
캬아옹 야옹 야옹야옹 -
우 다 다 다 다 다 다
휘 이 이 이 이 이 익
「나랑 노랑」中
노랑에 파묻힌 파랑 고양이가
노랑 빛이 성가셔 노랑 빛을 쫓고
노랑과 시끌시끌 들썩들썩 빙글빙글 거리더니
헥헥거리고 우다다거리다
활짝 피어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랑 노랑」이 단지 "나랑 노랑 빛"만 의미하는 건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원어는 일본어인데, 한국어로 번역하며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랑 놀자"라는 의미가 중의적으로 포함된 게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고양이가 노랑 빛과 지지고 볶으며 한바탕 기깔나게 놀기 때문이다.
우리 눈엔 고양이가 노는 걸로 보이지만 고양이 입장이 되어보자. 이판사판 사생결단, 이렇게 진지할 수 없다. 노랑이 자꾸만 괴롭히고 쏟아지고 온몸과 세계를 휘저어 놓는다. 노랑을 쫓다 완전히 지쳐 색색 잠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잠들고 끝나나 했는데 그렇지, 2차전이다. 노랑도 고양이도 포기하지 않긔. 으갸갸 으갸갸갸 - 맨 마지막 장, 인생을 통달한 다섯 살 아이가 깨달은 것 마냥 모두가 흐뭇해진다. (읽으실 분들을 위해 마지막 결말은 남겨둔다.)
일본의 유명 그림책작가인 미로코 마치코는 2012년에 첫 책을 출간하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책을 내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을 계속 낼 수 있을까. 노랑과 파랑 두 존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너무도 간결하고 신이 나 한숨이 나온다. 이렇게 재밌게 아이들의 시선으로 책을 만든다고? 어른이? 휴.. 마침 축하할 일이 생겨 아기엄마인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그 엄마는 이 책이 "정신없고 무섭더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럴 수가, 내 정신연령과는 꼭 맞아서인지 나는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전 글의 [구덩이]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생각 않고 그저 노랑에 흠뻑 젖어 신나게 놀았을 뿐이다.
꽃무늬는 느닷없이 찾아왔다.
2022년 5월 수강했던 클래스 101 색연필 수업에서 자화상을 그리라는 미션을 받았다. 고민하던 나는 어쩐지 빨갛고 화려한 양귀비꽃을 떠올렸다. '몽상을 꿈꾸는 매혹적인 존재(의도는 그러했다)'로 나를 표현했다. 그러다 강원도 여행지에서 우연찮게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구입하게 되었다. 마지막 30대의 발악이었던 히피펌 머리와 꽃무늬 원피스가 제법 잘 어울렸다. 스페인 안달루시안(그게 어디냐)의 어느 골목에서 치마를 휘날리며 춤을 추는 여인 같았다. 이 둘은 곧 내 드로잉의 뮤즈가 되었다.
겹겹이 쌓인 꽃잎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혼자서 그리다 취미 드로잉 화실을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면서 양귀비의 레드보다 네온 핫핑크 색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핫핑크는 검은색이던 히피펌 머리까지 붉게 물들였다. 핫핑크 꽃무늬 원피스를 그리다 어느새 소파까지 알록달록 꽃무늬로 뒤덮였다.
청량한 블루 소파에 네온 핫핑크 꽃이 활짝 피었다.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노래가 깔리고 파랑 고양이가 노랑 빛이 스며드는 포근한 소파에서 색색 새근새근 단잠을 잘 것만 같다. 노랑을 쫓다 노랑의 소용돌이에 기운을 다 빼다가도 결국 제법 잘 어울리게 된 -
파랑 고양이와 노랑,
나와 핫핑크 꽃무늬.
파랑 고양이야,
노랑 빛이 스미는
포근한 소파가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