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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담과 고요 Feb 15. 2024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나태한 나에게

너무나 어렵다. 있는 집중력 없는 집중력을 다해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경험이 있다. 그때, 나는 인생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한 것이었고, 결과가 좋아 다행이었다. 엄청 기뻤다기보다는, 이제 더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직장을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나온 상태다. 뭔가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면, 수많은 걱정과 불안으로 삶에 대한 초점이 흐려진다. 말초적인 도파민에 중독되어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자극적인 뉴스, 텍스트, 영상 등. 주위 사람들과 소통도 잘 되고, 겉으로 보기에는 말짱하고 근면하게 지내는 것 같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일 때에 나는 그저 시간을 죽인다. 글을 쓰면서 살자고 다짐했다. 그것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렴풋한 단계도 설정했다. 현재 가장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웹소설을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웹소설 학원을 다니며 시놉시스도 꾸준히 쓰고 있고, 재밌는 웹소설이 왜 재밌는지 분석하기도 한다. 콘텐츠를 볼 때도, 주인공의 행동이 시청자에게 어떤 쾌감을 선사하는지 살핀다. 


그러나 내 능력을 키우는 데 투자하는 시간이 아직은 태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은 일주일 중 5일을, 매일 8시간씩 근무하는데, 왜 나는 그들처럼 규칙적으로 8시간씩 공부하지 않는가. 최소 하루에 3시간은 글을 써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5시간은 책을 읽고, 작품 분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 다짐을 속으로는 계속 하지만, 정작 행동은 딴판이다. 내가 절박하지 않아서 그런가. 삼시세끼 집에서 해결하고, 잘 곳도 있고,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내 통장에 있는 돈이 다 떨어질 때쯤 움직이기 시작하려나?


인스타 릴스에 올라오는 동기부여 영상을 보며 생각을 정리할 때도 있다. 사람마다 때가 있다고 위로하는 영상이 기억난다. 김미경 강사였는데, 그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사회적 알람을 무시하라고 말했다. 몇 살에는 대학을 가야 하고, 몇 살에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압박을 그는 '알람'이라고 표현했다.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이른바 '비상'이 걸리는 것이다. 비상에 걸리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는 인생은 얼마나 초조한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똑바른 길을 걸어가는데, 나는 왜 정상적인 길에서 이탈했는가. 내가 그들의 피상적인 면만 알아서 그런 건가? 사실 대부분이 나태하고 얼마간 우울하고 이 사회에서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것인데, 안 그런 척하는 그들의 가면에 내가 속고 있는 것인가. 정말 모르겠다. 


운동 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뇌는 신체를 움직이는 데 많은 에너지를 들이고, 그래야만 녹슬지 않는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주야장천 한다 해서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지 않는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사실이다. 내가 작가를 준비한다면,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기초 체력과 허리와 머리를 지탱할 짱짱한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브런치에 오랜만에 글을 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구름처럼 가득하고 정작 내 손끝에서 나오는 글은 병아리 눈물만큼이다. 글을 쓰자는 생각이 들면 즉시 움직여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를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나는 너무나도 잘 안다. 세상에 읽을 책도 많고, 써야 할 것도 많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스토리도 많은데 왜 쓸데없는 것에 정신력을 허비하나. 


대신 시간을 허비하는 나를 자책하지는 말자. 자책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기분만 나빠지고, 나빠진 기분은 시간을 죽이는 데 탁월하다. 그냥 무언가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하자.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하는 위악적인 행위 말고, 현실을 만끽하기 위해 해야 할 일련의 일들. 내 마음이 고요해지며 혼란한 뇌가 정리되는 그런 일을 찾아서 하자. 찾지 않아도 안다. 내게는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평생 그래왔다는 것을. 내가 글을 쓰면서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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