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철학의 집대성, 이나모르 가즈오의 리더십, 성공비결 그리고 철학
양재천에 따듯한 봄이 찾아왔다.
점심에 소화를 핑게로 걷기 시작했는데 봄의 싱그럽고 활기찬 기운 때문인지 멈출 줄 모른다.
그냥 걷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으면서 걸어볼까?
그러다 벤치에 앉아 읽고 또 걷고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봄의 풍경은 익숙했던 양재천을 다른 모습으로 선물처럼 그 시간을 내어주었고
천천히 걸음으로 책을 읽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향기롭고 다채로운 풍경에 책을 들고 다니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슬슬 업무시간을 야금 야금 갈아먹기 시작한다.
봄 길을 걷고 벤치에 앉아 읽기는 다소 애매한 책이지만,
이나모르 가즈오의 "경영"을 읽고 다녔다.
이 책은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교세라의 이나모르 가즈오의 강연록을 편집한,
40대의 이나모르 가즈오부터 80대의 이나모르 가즈오의 경영철학을 다루고 있다.
일본에는 대표적인 2명의 경영의 신이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도 경영 신화를 쓴 산요전기의 나우에 도시오씨도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
한명은 파나소닉을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 그리도 다른 한명이 바로 이나모르 가즈오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일본의 고성장 시대의 경영의 신이었지만
저성장 시대의 경영의 신은 이나모르 가즈오 였다.
저성장 시대에서 경영의 신으로 칭송받았다는 점에서 이제는 세계경제 그리고 우리나라가 저성장 시대에
진입된 만큼 이 책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는 기대를 해본다.
책에서 몇 번이나 반복되고
아마도 이나모르 가즈오가 창업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에 놓지 않은 것은
일본이 자본주의를 채택해 근대 국가로 길을 걷기 시작한 메이지 초기 미국과 유럽을 다녀온
후쿠자와 유키치가 강조한 실업가, 사업가에게 필요한 조건이었을 것이다.
그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상은 철학자와 같이 심원해야 하며
마음은 겐로쿠 무사와 같이 고상하고 정직해야 하고,
이에 덩해 쇼조쿠리와 같은 재능이 있어야 하고,
또한 농부의 신체를 갖춰야만 비로서 산업사회의 대인이 될 수 있다.
경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은 기업인으로 격을 각춰야 한다는 신념을 의미하고
마음은 창업정신 ‘동기가 선한지 사심은 없는지'에 대한 고상함과 정직함을 이야기하고,
재능은 아마도 후천적인 노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몇 번이고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사고방식 x 열의 x 능력"의 방정식이다.
저자는 능력이란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닌 노력, 열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능은 아마도 재능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 열의가 능력에 곱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경영의 출발은 1959년 창업 시 돈을 빌려준 귀인에게 "사람의 마음"이 귀하고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부터였다. 이후 저상장 시대에 교세라가 고수익 기업일 수 있는 이유를 "사람의 마음을 중시하는 경영"에 있었다고 강조한다.
전직원의 물질적, 정신적 행복 추구하고 직원들에게 신뢰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마음을
경영자 자신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격을 중시했던 것 같다.
그는 과도한 인센티브가 경영자를 타락에 빠뜨린다고 생각했고
덕이 높은 자에겐 높은 자리를, 공적이 많은 자에겐 보상을 주는 방식을 채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탐욕이 선이라고 자본주의 엔진이라고 생각하는 선진 자본주의 보다는
초기 자본주의를 이끌었던 경건한 프로테스탄트, 막스 베버로 이어지는 노동을 존중, 생활을 검소하게,
산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은 사회를 위해 베푸는 것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서구 기업은 이른 바 성과주의에 의한 경영을 하는데 성과주의란 인간의 물욕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일시적인 동기부여는 될 수 있는나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직원들의 마음에서 빚어지는것이 조직문화를 선호하고
경영기술적인 관점에서 효율성과 합리성만 추구하며 역량있고 재능있는 사람도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게 되는 것을 경계한 것 같다. (이게 지금은 완전 대기업 스타일)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은 직원을 공동 경영자로 대하는 마음으로 발전하고자 한 것 같다.
동기를 설명하고 '일의 의의'를 되새기게 하고
공통의 꿈, 소망을 가지고 기업의 성장력을 차별화 한 것이다.
이나모르 가즈오는 이 책에서 꾸준하게 리더, 경영자의 자세를 강조한다.
중소기업 경영자가 올바른 철학, 사상을 가지고 경영하여 자신이 고용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줄 때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직원을 먹여 살리는 경영자는 그 어떤 학자보다, 그 어떤 정치가보다, 그 어떤 관료보다 위대한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을 빗대어 너무나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한다. (너무할 정도로)
물론 이 책에서는 "사람의 마음"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왜 고수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 (재무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고수익을 올린다. 무차입경영. 무차입으로 고성장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고수익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과 아베마 경영과 같이 본인만의 회계 기법도 소개하며 다 죽어가는 JAL을 어떻게 살려 내었는지 경험도 이야한다.
특히 회계를 경영의 원점에서 보고 있으며 그에게 회계는
경영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에 답하지 못하는 회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몇 가지 중요하게 강조한 점이다.
1. 현금주의 경영, 발생주의. 벌어들인 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인식하고 고려하여 사내보유현금을 늘리는 경영, 자기자본비율, 고수익 체질, 무차입 경영. 여유자금은 새로운 사업기획에 왔을 때 과감하게 대응할 수 있고 신규 사업을 유리한 위치에서 추진할 수 있다.
2. 일대일 대응의 원칙. 회계는 공정해야 한다.
3. 근육질 경영의 원칙. 사람, 물건, 돈, 설비와 같은 매출과 이익을 낳는 회사의 자산. 유익한 자산. 당좌매입은 적기생산방식과 유사.
4. 완벽주의의 원칙.
5. 더블 체크의 원칙
6. 수익성 향상의 원칙. 중대한 사명. 권한의 위임을 통한 전원 참여형 경영 시스템.
7. 투명 경영의 원칙. 마음을 중시. 최고경영자의 생각과 목표를 직원들에게 정확하게 전하는 것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 그가 추구해 온 경영의 철학, 방식과 성공의 이야기는
매우 탁월하고 길잡이가 되고 많은 이들에게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은 분명하나,
이 방식이 현재 경영 환경에서 100% 맞다 틀리다의 논쟁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
물론 그가 미국과 같이 다른 경영환경에서 성공한 이야기는 의미가 있는데, 그 역시 그 시대였기 때문에 성공 가능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불변의 원칙은 분명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관점에서는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충분하다.
책의 모든 내용을 담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이 정도는 꼭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추려보면,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이라면 마음에 담아 둘 수 있는 의미들이 넘쳐난다.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경영자의 마음에서 살펴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