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댄 애이리얼 교수의 책 “미스빌리프”에 편향성, 잘못된 생각 (오인)은 어디에서부터 오는가에 대한 내용이 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 요인은 바로 “스트레스”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나이 많으신 분들의 정치 성향은 왜 그럴까 고민하다 이 책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용을 보고,
아마도 이 분들은 전쟁이라는 참혹한 경험과 이후 반복되는 공산당에 대한 반복 학습이 아마도 그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그 분들을 이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
영화에 자주 등장하고, 멋진 금융인들이 분주하게 걸어다니고, 브로드웨이에서는 값비싼 뮤지컬 티켓이 팔려나가고, 세계를 대표하는 마천루, 허드슨 강에서 부는 바람,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과 예술이 숨쉬는 그런 도시로 생각될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뉴욕이라는 곳에 대한 뉴욕은 곧 스트레스로부터 기인된 편향된 생각이 있다.
이곳에 몇 번 왔는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만큼 많이 왔었고 또 오랜 기간 매일되는 긴장감과 스트레스 속에 살기도 했다. 뉴욕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인천공항에 발렛을 하는 순간 돌아가는 날 이곳에서 다시 차를 찾아 가는 날부터 기다리고, 뉴욕에서 일정이 끝나고 비행기를 타러 JFK공항 1 터미널에 들어서면 기분이 조금씩 좋아진다.
좋은 일로 와서 내 삶의 종말을 맞이할 것 같은 순간이 속출했고
가을에 가벼운 가디건만 걸치고 왔다가 크리스마스까지 붙잡혀 돌아가지 못한 적도 많다.
그때 너무 추웠고 외로웠고 바람은 매서웠고 병신 짓을 하면 돌아다니는
한국 스탭들을 보며 어의가 없었고
화가 났고 핸드폰을 집어 던졌고 매일 저녁 맥주 6캔을 사와 한숨과 맥주를 들이키는 숨으로 저녁을 보냈었다. 얼마나 추웠는지 현장에서 순간 정신이 나가있었고, 더디고, 바보짓만 하는 한국 스탭을 욕하는 미국 스탭들의 분노를 받아주고, 그렇게 잠시 한국에 왔다 다시 1월에 가 봄이 올 때까지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내 삶에 고생의 1/3을 그곳에서 경험했었다.
타임스퀘어는 복잡하고 시끄러웠고 더러웠고 눈이 오면 질척거려 싫었고 비가 오면 고담시 같은 느낌이어서 짜증났고 (그래도 이런 날은 현장에 일을 안해서 한편으로 좋기는 했는데 공기 때문에 정신적인 괴로움이 말도 못했다) 더운 날은 옥상에서 그 지열과 직광선을 받아야 했고, 바람 부는 날은 어의없이 타임스퀘어를 내려다 보이면 담배만 피웠고 높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그리고 와서 왜 일을 방해하고 32번가 한국 식당에 가서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또 와서 괴롭히고 아침에 일정이 있는데 일어나지도 못해 비틀거리고 다시 정신차리면 화내고 짜증내고.
그 이후 몇번을 더 와도 변한건 없었고 좋은 기분이 한번도 없었고
2년 전 겨울에 왔을 때도 다른 일로 왔는데도 타임스퀘어 인근으로 들어서니 또 떨쳐내지 못한 스트레스가 느껴졌다. 그리고 올 여름 이곳에 있다.
뉴욕을 또 가기 싫었는데 (마지막까지 안가려고 버텼는데) 그래도 이번 출장은 아주 조금 괜찮았다. 적당히 일했고 약간의 긴장은 도착한 날 문제가 쉽게 해결되어 버렸고 그 덕분에 월 화 수 진행한 회의도 만족스러웠고 오전애 시간을 내서 좋아하는 타임스퀘어에서 멀리 쩔어진 곳에서 커피 마시면서 멍 때리고 멍명이 구경하고 날씨조차도 괜찮았다.
100년만에 그 살벌했고 긴장감만 흐르고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였던 그곳을 10년만에 올라가 봤다. 더 커지고 더 많아진 전광판들을 보면서 예전보다는 재미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전광판이 건물과 비정형적이면서 멋있는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특별함보다는 뭔가 전광판들이 비슷한 형태로 단순하게 커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럼 재미없는데. 전통적인 배너 형태, 예전 오래된 극장과 같은 전구들이 매달려 있는 멋진 간판들이 있었는데 그래서 전광판만이 있어 획일적이고 지루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냥 크고 밝아진 것 같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고 적당하게 생각하고 적당하게 돌아다니니 뉴욕이 좀 다르게 보이기는 했다. 그냥 노트북도 없고 회의도 없고 메일을 확인하고 핸드폰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없고 한국사간애 맞춰 뭘 꼭해야하지 않고 그날 그날의 회의와 대응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현장을 보면서 추억만 한다면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있고 한국으로 가는 이곳 JFK공항의 1터미얼이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뉴욕 갈 돈이면 유럽을 가겠다 이런 생각이 없어질까?
그냥 지나 다니다 각 street을 지날 때 달라지는 이국적인 풍경을 느끼고,
센트럴파크 인근에 대형 쇼핑몰에서 여유있게 쇼핑하고 점심을 먹고, 영화에 등장하는 익숙한 소품이 보이면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는 그런 뉴욕에서의 경험을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