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취업에 강한 대학 광고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24년의 첫 주말, 변한건 없다.
매번 주말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동네 스타벅스에서
신문을 읽고 책을 읽고 생각에 잠겨보고 글을 끄적여 본다.
24년에는 23년 12월부터 읽기 시작한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지구의 정복자를 읽고 있다.
신문은 항상 반대로 읽고 반대로 생각해보며 중도는 어디인가를 고민해 본다.
오늘은 A27면에 수록된 글이 눈에 띈다. 전공없는 대학.
영국 옥스포드대학 내의 수십 개 칼리지(college)는 원래 '공동의 규칙을 가지고 생활하던 단체'에
어원을 둔다고 한다.
각 칼리지는 전공별로 분류되지 않고 논리학, 문법, 천문학, 기하학, 음악, 수학과 같은
학문을 골고루 배운다고 하고
교수들도 전공을 넘나드는 석학들이 수두룩 하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여러 학문을 넘나들었던 세계적인 석학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폴리매스(polymath)아른 개념의 배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정 학문, 본인의 전공에만 매몰되다 보니 세상에 대한 통찰이 없는
평범한 기술자만 배출한다는 비판이 납득이 간다.
오래전 학부 시절, 복학했어도 정신을 차리지 않던 나와 내 남자 동기들에게
어떤 교수의 잔소리에서 본인은 학부시절에 모든 과의 개론을 들었다면 우리의
나태함을 꾸짖었던 기억이 난다.
교양수업이 있었고 그중 일부는 필수였지만 세상에 대한 통찰을 갖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광고 중 하나가
취업에 강한 대학교를 모토로 광고하던 대학이다.
라디오에서 수없이 들었다.
취업 물론 중요하다.
누구에게는 취업은 가장 기본인 생존의 밑바탕이기 때문인건 알겠는데
과연 이 대학 출신의 학생이 취업하고 바로 그 출신 학생들이 다른 대학 졸업생에 비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누가 기대하겠는가?
직장생활 20년 하면서 신입사원이 한 팀의 한 사업부의 그리고 회사의 game changer의
역할을 한 경험이 있는가? 없다. 뭐, 오너의 자식이면 모르겠지만.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몇 명이나 자기 전공에 맞춰
회사에 입사하고 자기 전공에 맞춰 부서를 배정 받는지.
미국 한 기업의 CEO는 모교를 방문해 왜 이곳에서 전공을 공부하고 있는가 물으며
지금 공부하는 전공은 회사에서 그것도 월급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다며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을 원한다라는 의미있는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지금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의 이력서, 경력을 보면서 매번 놀란다.
이렇게 공부도 잘하고 대학생활 내 경력사항을 보면서 이런 훌륭한 사람이
굳이 대기업의 시스템에서 굴러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반대로
이 지원자는 친구는 있을까? 누군가 기댈 수 있는 따듯함이 있을까?
책은 읽어 봤겠지만 누군가와 진지한 토론을 해봤을까? 이타적인 사람일까?
이 지원자의 성향은 뭘까? 정말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할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신입사원을 많이 보게 되고 또 직접 데리고도 있어 보는데
과연 우리가 이런 사람의 전문성을 보고 game changer의 역할을 기대하고 단기 성과를
기대할까?
모두 다른 의견이고 다른 생각이겠지만 난 성향, 딱 그거 하나 정도 보고
그거면 그 사람의 자질이 충분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철학, 정치, 경제 이 정도의 확실한 지식과 본인의 생각이 잘 정립되어
졸업했으면 한다. 물론 누군가는 학생들의 머리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고
편향되지 않게 잘 가르쳐야 하겠지만.
옥스포드에서 기본적으로 3가지 학문 PPE(Philosophy, Politics, Economics)은
핵심전공이고 고전문학과 역사를 전공하는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직장생활을 너무 오래하니 이런 글을 끄적이고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로또되서 빨리 그만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