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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그런 Jan 15. 2024

1. 저는 93년생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시작은 평탄했던 나의 길

몇 년 전부터 연차를 세는 게 어려웠다. 몇 년차더라? 바로 생각나지 않아 계산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야 내가 해 온 일들에 대해 작은 글 정도는 쓸 수 있겠구나 싶다.

올해로 9년 차, 나는 93년생 9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다.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고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작은 별 거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을 좋아해서. 친구가 교대 가면 좋다고 해서. 부모님이 추천해서. 친척이 사범대보다는 교대가 낫다고 해서. 성적이 딱 거기까지여서. 이런 복합적인 이유. 그저 공부에 급급했던 고3에게 큰 꿈이나 야망 같은 건 없었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자격증도, 임용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을 매번 실천에 옮겼던 나는 이번에는 친구 따라 노량진에 갔다. 임용 경쟁률이 세지 않았던 때였고 운이 좋았다. 구자경 백승기 선생님을 따라 공부 좀 했더니 공부한 문제만 나왔다. 24살, 어느새 교사가 되어있었다. 학창시절엔 늘 1등이었고 스트레이트로 쭉 직진한 내게 실패란 사전에 없었다. 자신만만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전혀 모른 채.



첫 학급 게시판을 꾸미고 뿌듯해서 찍었던 사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잘라 코팅해서 만들고 옆 반 선생님들의 기부로 완성할 수 있었다. 쌤과 콩나무, 우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꽃, 고심해서 적은 문구로 지금도 쓰고 있는 말들이다. 내 신규 시절을 아는 선생님께서는 매년 물어보신다.

“올해는 싹 좀 잘 틔우셨어요?”

내 대답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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