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오늘은 예비소집일이었다. 졸업식 날 우는 아이에게 괜찮아, 우리 한번 더 보잖아 대답하자 울먹이며 선생님 T예요? 란 답변이 돌아왔다. 웃으면서 울지 말라고 다시 만나자 했던 바로 그날.
어제 몸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들렀다. 출근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마지막 날인만큼 내 손으로 아이들을 보내주고 싶었다. 다른 반 담임 선생님은 다 있는데 내가 없으면 섭섭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약과 죽을 챙겼다.
배정서를 받아 확인하니 우리 반은 모두 1 지망 배정을 받았다. 원서를 몇 번씩 검토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도장 찍는 위치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꼭 원하는 중학교에 갈 수 있길 바랐었는데. 참 잘됐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시각은 두 시 반이었는데 두 시부터 운동장은 시끌벅적했다. 그래야 너희들이지. 교실까지 들리는 소리에 십 분 일찍 나섰다.
구령대에 나서자마자 아이들이 달려왔다. 선생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는 좋다. 몇몇은 안겼고 몇몇은 멀찍이서 쭈뼛댔다. 멀리 있는 아이들을 향해 일부러 더 말을 걸었다. 잘 지냈어? 이리 와.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왜 오늘따라 너희들이 이렇게 애틋한지.
사실 우리 학교와 중학교는 바로 옆에 있다. 창문 너머로 중학교 운동장이 보인다. 매일 보았음에도 아이들과 함께 가는 길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임시 반을 모르는 아이들은 찾아주고 중학교 교실에 모두 데려다주고 나니 혼자 남았다. 끝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교실에 들러 끝나고는 집으로 가는 거야, 조심해서 가야 해이야기했지만 잘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 마음보다 불안한 건 새 학교에 적응해야 할 너희들이겠지?
이별은 참 아프다. 1년을 고스란히 보내면 나는 너희를 사랑하게 되는데, 가장 사랑할 때 보내야 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알까? 매해 아이들을 보내도 졸업하는 아이들을 보내는 건 더욱이 그렇다. 이제야 너희들을 조금 알 것 같은데. 조금 더 사랑해 줄걸. 정신없어 졸업식 때 흘리지 못한 눈물이 이제야 그렁인다.
이 자리를 빌려 중학교 선생님들께 하고 싶었던 마음속 말을 적어본다.
중학교 선생님들, 우리 애들 잘 부탁드려요. 제가 1년 동안 열심히 키웠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자꾸 보면 귀엽고 착한 아이들이니 예뻐해 주세요. 그래도 As는 안 되고요. 이제는 저보다 선생님이 더 사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6학년 2반, 선생님이 바라는 건 여러분이 가서 잘 지내는 거 그거 하나야. 선생님이 졸업식 때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들려주지를 못했네. 선생님은 여러분과 함께 한 날, 울고 웃었던 많은 날들이 있었지만 전부 행복했던 날들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