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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 Oct 25. 2023

단풍잎처럼

헤밍웨이를 읽다가

떨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제 한 몸 불태우는 단풍잎처럼

[1]

60210368 문예창작학과 김윤찬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경우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작가를 빼놓고 작품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우리와 시대문화적 거리가 있는 고전 작가들을 읽을 때에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 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분들이 해주시리라 믿고 헤밍웨이, 그가 말하는 삶에 관하여 고민을 해보았다.

비단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뿐만 아니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 같은 그의 소설에서 그는 간결하고 정직한 투로 삶에게 삶을 묻는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다리가 괴사되어 점차 죽음을 인식하고 있는 해리에게 헬렌은 이렇게 말한다.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은 죽지 않는 법이에요.” 해리는 형편없는 소리라며 일갈하지만 나는 이것이 헤밍웨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또 헤밍웨이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어떤 것을 포기하고 다른 어떤 것을 손에 넣는 것이다.(중략)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얻기 위해 나름대로 값을 치렀고, 그래서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삶을 즐긴다는 것은 지불한 값어치만큼 얻어 내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그것을 얻었을 때 얻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선택 앞에서 망설이곤 한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 비용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어쩌면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 싫어 망설이는 지도 모른다. 나는 수능을 네 번 쳤다. 재수를 한 후 합격한 이 학교를 보험이랍시고 두고 두 번의 수능을 더 쳤다. 짧지 않은 시간 속에 녹아 있는 사연이야 널렸지만 결국에 남은 건 내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였다. 대단한 포부나 계획 없이 떠난 편도 배낭여행은 이제는 내 선택 후 주어진 결과를 스스로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심어주었다. 그렇게 낮아진 자존감과 깊어진 열등감을 회복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그동안 지불했던 값어치만큼 무엇인가를 얻어 냈구나.’하고 깨쳤다. 그 후로 나아진 점이 있다면 선택을 마주할 때 이전보다 덜 망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내 선택을 감당할 수 있고 책임지겠다고 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그냥 하면 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말은 운이 좋아서 혹은 큰 노력 없이 얻은 무엇에 결국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크게 기뻐하지 말란 소리로 들리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남들보다 뒤쳐지는 듯하더라도 결국에는 치룬 값만큼 무엇인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또 값을 치룬 만큼 즐겨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마음 먹은 대로 노력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 되리라는 보장 따위는 아쉽지만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핑계로 무엇을 하려다 가도 미루곤 한다. 특히 지금 바로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할 때, 불안함과 막막함에 나도 꽤 그래왔다. 그러나 헤밍웨이의 글들을 읽으며 또 여행을 하며 느낀 바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설령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거나 결국 이룰 수 없더라도 적어도 힘이 닿는 데까지 밀어붙여 보자는 것이다. 떨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제 한 몸 불태우는 단풍잎처럼 말이다.


          

1, 바보같은사랑_ 이정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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