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그 사이 어딘가
지금 바로 가질 수 없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볼로냐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싶다. 나는 파리에서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죽이 잘 맞는 사람과 진지한 표정으로 논하다가도 시덥잖은 얘기로 웃음을 터뜨리고 싶다. 나는 돈을 모아 내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얼른 소설을 완성해 내보이고 싶고 라디오를 시작하고 싶다. 모두 품이 많이 드는 일 뿐이다. 어쩌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내가 진실로 원하는 만큼보다 더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랬듯…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때로 맛보는 좌절과 상실이 힘들고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을 잊게 한다. 그러나 사랑의 9할은 기다리는 일이라는 이정하 시인의 말처럼, 설령 이룰 수 없더라도 가진 것을 잊지 않으며 마냥 기다리는 일을 우직하게 연습하는 것. 모든 걸 다 잃는다고 해도 스스로 작정한 일, 떨어질 줄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제 한 몸 불태우는 단풍잎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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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은 <바보 같은 사랑_이정하>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