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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Nov 22. 2023

독감도 글쓰기도 '각자도생'이다.



"독감이 아닌 게 어디예요."


수납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이비인후과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옆에 있던 다른 보호자가 요즘 감기가 너무 오래간다며 한숨을 쉬자, 요즘은 독감만 아니라도 다행이라는 뜻으로 전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감기-장염-감기로 3주째 이어지는 전쟁터에 서있다. 그래도 독감이 아니라 다행이다. 열이 나서 여러 날 밤을 새웠지만 그래도 아이가 이만큼 커서 그나마 버텨주나 보다. 이런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엄마로서 '짬'이라는 것도 생긴 게 확실하다. 하지만 일상의 여유는 사라졌고 갑자기 무수리로 전략해 하루 종일 아이의 컨디션을 살핀다.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 동시에 내 시간이 사라진다는 불안함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불안의 가장 큰 부분은 글쓰기 루틴이었다. 하루를 쉬면 그다음은 어려워지고 그다음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지난여름을 보내며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게 손을 놓으니 한두 달 넘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매일 글을 쓰려고 하는데, 엄마의 글쓰기는 이조차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별다른 방법이 있나. 사실,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오랜 육아의 경험으로 알고있다. 지금부터는 그냥 버티는 거다. 이 질병이 지나가기만을 최대한 별 탈없이 지나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할 뿐이다.




코로나와 독감처럼 전염성이 있는 질병 앞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속수무책이다. 이럴 땐 그냥 '각자도생'이다. 평소보다 개인위생에 신경 쓰면서 얼른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독감처럼 글쓰기도 어쩌면 '각자도생'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의 글이 더 좋고 나쁘고 가 아니라 그냥 내 글이 좋아야 한다는 것.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후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 방법만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요행이란 없으니깐.




각자의 트랙을 달린다. 같은 트랙은 단 하나도 없다. 나만의 방법과 나만의 독서 나만의 글쓰기가 적절히 섞여 나만의 문체를 만들어가는 일. 옆 사람을 볼 필요도 앞사람을 볼 필요도 없다. 어차피 나의 글은 내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바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만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내가 가장 편안한 속도로 글을 써야 조급한 마음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잘 써야겠다는 부담감도 내려놓았다. 대신 정성스럽게 쓴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좀 이기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내가 알아서 나의 일을 잘 해나간다는 뜻도 포함된 말이 아닐까. 어차피 모두가 고독하고 외로운 글쓰기다. 글쓰기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데도 글을 쓴다는 것은 여전히 혼자만의 영역이니 말이다.




나는 나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글도 믿어야 한다. 그래야만 글쓰기의 바다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글쓰기 바다에 나와 천천히 노를 저어본다.

부디 유의미한 노젓기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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