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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Oct 27. 2023

요즘 나의 글쓰기 고민은


브런치는 최고의 연습장이다. 매일 쓸 수 있는 가장 간결하고 편하고 직관적인 곳이다. 그래서 생각의 메모를 할 때도 나는 메모장보다 브런치 서랍에 글을 써서 넣어 둔다. 이 하얀 공간이 가끔 막막하기도 가끔은 반갑기도 하다. 하얀 바탕에 써 내려가는 글은 아무도 가지 않은 눈이 쌓인 길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 같다. 그래서 브런치는 나에게 발자국처럼 꾹꾹 눌러 담은 글을 쓰게 한다.




김녕의 일희일비에서 연극 수업을 하고 있다. 6주 동안 5분 분량의 연극 대본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희곡 낭독 무대를 갖는 수업이다. 연극은 막연하게 어렵다는 편견과 내가 어떻게 희극 대본을 쓰겠어라는 두 마음이 부딪혀서 살짝 고민스러웠지만 화요 글쓰기 멤버들과 함께 신청하게 되어 든든한 마음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뮤지컬 작가이신 지안 작가님과 희극 작가이신 성배 작가님 부부가 함께 진행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특히 두 부부의 케미가 돋보인다. 가령, 잔잔한 이야기의 글감이 나오더라도 연극에서는 이렇게 뮤지컬 무대를 상상하면 이렇게 각자 다른 장르의 시선으로 나눠주시는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첫 수업을 듣고는 나의 글은 너무 잔잔한 게 아닌가? 좀비도 튀어나오고 물어뜯고 뱀파이어도 나왔다가 싸웠다가 하면서 짧은 시간에 극적인 요소를 집어넣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샘솟았다. 같은 장면에서도 김은희 작가는 죽이고 김은숙 작가는 키스신을 넣는 느낌이랄까?



특히 지안 작가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사람의 글을 들으며 눈을 감고 경청하시다가  무대에서 글이 펼쳐지는 것까지 상상하여 피드백을 주셨다. 하루하루 글을 올리기에도 버거운 나에게 작가님의 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가만히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통해 일을 사랑하고 진지하게 대하는 마음이 전해져서 눈을 감고 있는 작가님의 얼굴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성배 작가님은 극의 프레임 특성 그리고 '지금'의 글쓰기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 나의 회피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 깊숙이 자리한 저항에 대해 써보면 어떠냐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은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이다. 나는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글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읽기에는 아직도 본질에 다가가지 않고 계속 겉도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나의 껍질을 다 벗겨내고 글을 썼는데 나도 모르는 장벽이 내 안에 있었나 보다. 지난주에 썼던 주제를 한참 바라보다가 아차 싶었다. 나는 또 슬쩍 회피하고 있었다. 내가 쓰고 싶고 내가 써야 하는 글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뒤따라오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기가 겁이 났다. 그래서 그냥 밝고 재미있는 주제를 적당히 썼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내가 써야 하는 글에 대해 솔직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제를 바꾸겠다고 다시 말씀드리면서 나는 왜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힘든지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힘겨운지 고민을 나누었다. 나만 이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래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글이 힘든 거라며 깊이 공감해 주셨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말에 뭉쳐있던 불편한 마음이 녹아내렸다.


글쓰기는 참 이상하다. 재미있는 글을 쓰면 재밌어서 쓰는 순간에도 즐겁다. 그래서 계속 재미있는 글을 쓰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네가 써야 할 글이 있다는 걸 너도 알고 있지?' 하며 말풍선이 둥실 떠오른다. '그래서 언제 시작할 건데?' 하고 물어오면 '나는 아직 자신이 없는데'라고 얼버무린다.




감정 때문이다. 그 감정에 다시 휩쓸리고 떠내려가는 나를 붙잡을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면 다시 그 상황으로 풍덩 뛰어들어야 하는데 뛰어들었다가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감정적인 글을 독자에게 보이기 싫은 마음이다. 정제된 상태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데 쏟아져내린 감정의 폭포는 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에 그런 글은 서랍에 넣어두고 쉽사리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겠다.



매일매일 어떤 글이 쓰고 싶은지 고민한다. 그러다가 나는 좋은 여운이 남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와 맞는 책을 읽었을 때 마음으로 들어오는 얕은 진동이 주는 여운 말이다. 나는 그 여운의 힘으로 하루를 살기도 한 달을 살기도 한다. 그래서 글이 주는 여운의 힘을 믿는다.


언젠가는 나의 글이 여운을 품어 누군가에게 작은 파도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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