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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Nov 08. 2023

흔한 엄마의 글쓰기란.

육아도 힘든데 글도 쓰는 처절한 나의 이야기.


엄마의 글쓰기는 다르다. 여자를 아가씨와 아줌마와 할머니로 나누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미혼과 기혼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엄마라는 여자들이 쓰는 글은 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글이 다 똑같은 글이지 다르긴 뭐가 달라?라고 한다면 글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잠에 쫓기고 집안일에 쫓기고 회사에 쫓겨가며 나의 몸이 편히 쉬고싶은 시간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 그 마음가짐 말이다. 주변의 소란스러움에도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일단 모른체하고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처절하고 애틋한 그런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들은 글을 쓰는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왜 시간이 없냐. 우리에게 내일 정확히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보장된 시간이 없다. 지금  숨 쉬고 있는 이 순간만이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시간이다. 오늘밤 부터 갑자기 아이가 아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이 나면 밤을 새워야 하고 체력과 정신력은 동시에 바닥을 친다. 정확히 며칠 아프다가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불확실성을 여러 번 겪다 보니 내일로 미루면 그냥 못하는 것이라고 체념하며 살아왔다.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기에 엄마들은 그것까지 계산하며 글을 써야한다.

즉,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 오늘을 최대한 아껴 쓰고 나눠써야 겨우 될까 말까 한 글쓰기에 남은 체력을 쥐어짜가며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둘째가 장염에 걸렸고 오늘도 등원하지 못했다. 글쓰기 수업에 가져갈 글의 마감을 지키지 못했고 브런치에 연재하는 글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획이라는 것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엄마들의 글쓰기. 그래서 절박하고 가끔 서럽기도 하다. 제일 억울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글 쓰라고 누가 떠밀었나. 아니다. 내가 쓰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므로 더더욱 나의 고충을 이해해 줄 곳이 없다. 외로운 글쓰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나의 글은 온통 절박함이다.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시간이 허락할 때 글을 쓴다. 예를 들면 밥을 하다가도 한 줄, 아이들을 기다리다가도 한 줄, 주차를 하고 차에 앉아서 또 한 줄, 아이들과 잠자리에 누워서도 핸드폰으로 한 줄. 그렇게 소중하게 모아둔 나의 시간이 이제는 글이 되어 브런치에 쌓여있다. 살면서 무언가를 쌓아가는 일이 이렇게 재밌었던 적이 있었나?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글을 쌓아가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


이제 저녁을 만들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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