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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Nov 30. 2023

런던베이글은 이미 크리스마스

제주 런덴베이글 뮤지엄




도대체 제주도의 비수기는 언제일까? 여름'은 여름이라서 가을은 가을이라서 관광객들이 가득했는데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요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온다. 그중에서도 송당 스타벅스와 쌍벽을 이루는 핫플은 바로 런던베이글 제주점이다. 언제나 웨이팅이 기본인 런던베이글. 오늘은 사람이 좀 덜하려나 내일은 관광객이 없을까 눈치싸움을 벌이지만 여전히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곳이다.




얼마 전 친한 언니가 제주에 놀러 와서 '꼭! 가보고 싶은 곳' 하나만 말해보라고 했더니 망설임 없이 바로 "런던베이글"이라고 해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오픈런을 했었다. 그날의 날씨는 제주도에 우박이 떨어지고 강풍주의보가 불어서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1박2일 일정으로 내려왔으므로 생각할 것도 없이 김녕으로 갔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차 문이 자동문처럼 확 열리는 게 아닌가. 바람의 저항을 앞뒤로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정말이지 66사이즈 이하는 분명 날아갔을 바람이었다.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런던 베이글 근처에 갈매기가 노닐고 있었다. 보통은 바람들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지만 오늘의 바람은 초초초 태풍급 강풍이다! 갈매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한 채 아래위로 날며 바람의 저항을 힘껏 받고 있었다.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놀이 기구 타듯 아래위로만 움직이는 갈매기라니 게다가 높이 날지 못해 아이 콘택트가 가능한 거리에 있다. 심지어 갈매기는 살이 올라 통통하다. 태어나서 이렇게 갈매기를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런던베이글은 언제나 붐빈다. 오늘도 아침 일찍 왔지만 이미 매장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런던베이글을 오는 동안 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은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곳의 장점은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세계 속으로 진입하는 느낌이 든다.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지만 하얀 옷으로 통일된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직원들 반 손님 반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직원의 수도 많다.





베이글이 탐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모습도 흥미롭다. 전혀 모르던 세계로 들어와 새로운 음식을 만나는 것처럼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양한 색깔의 베이글과 질감이 주는 신선한 자극이 좋다. 문을 열고 들어와 나가는 시간까지 완전한 세계를 구성한다. 이런 런던베이글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직원들은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고 크리스마스 장식도 여기저기 걸려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빨간 산타 모자를 보며 산타 마을에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의 글도 그러하면 좋겠다. 글을 클릭하면 하얀 여백에 빼곡하게 채워진 까만 글씨가 독자를 흡입하여 완전히 독립된 세계로 데리고 들어가는 느낌, 진입 이후로 완전히 시공간이 바뀌는 경험, 언젠가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차가운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찰나를 선물하고 이상적인 따스함이 있는 세상으로의 초대장을 발송하는 글 말이다. 새롭고 흥미로운 런던베이글 매장처럼 나의 글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독자의 시간이 오롯이 글 속에서만 존재하면 좋겠다. 일 년을 기다린 크리스마스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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