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글감이다!
그렇다. 어제 인스타그램이 해킹을 당해 겨우겨우 살렸으나 오늘 오전 다시 계정이 잠겨버렸다. 이제 더 이상 나의 계정을 찾을 수 없는 걸까?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있는 곳인데 말이다.
살짝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계정으로 연결된 사람들과의 인연이 툭 끊어져 버린 느낌이 든다. 영영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최악의 경우 추억으로 남기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야겠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오후 3시.
휴대폰 기종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현재의 위치와 30분 거리에서 로그인 알람이 울렸다. 직감적으로 해킹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얼른 보안 2단계를 설정하고 쓰고 있는 휴대폰 기기를 등록한 후 다른 기기에서 모두 로그아웃을 했다. 하지만 다시 로그인을 해도 상황은 변함이 없었다. 손끝에 거스러미가 있는 듯 불편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하며 아이패드로 다시 접속해 보니 다행히 로그인이 되었다. 메시지를 열어보았더니, 역시나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투잡으로 충분히 인생이 바뀐다'라는 제목으로 문자를 보내고 여러 사람을 채팅창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목적이 이거였구나. 여러 기기로 해킹을 하고 있는지 접속 위치도 바뀌었다. 제주시였다가 강남이었다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난리도 아니었다.
12월부터 인스타를 조금 더 활용해 보려고 준비하던 일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시련을 줘서 더 강하게 만들려는 건가? 아님 글감을 주려고 그러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없으면 또 없는 대로 살아가는 게 인간이니깐 적응해 보려고 한다.
SNS가 없던 시절에도 사실 별일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 속에 나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잠자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한 릴스 한 편으로 1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짧게 짧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완전히 적응해버린 탓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긴 영상과 긴 글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러다가 영영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안다. SNS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왕 계정이 잠긴 김에 '고전 독파' 독서모임의 '달과 6펜스'나 읽어야겠다. 살짝 SNS금단 증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고요하고 정적인 이 시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만약 다시 계정을 찾게 된다면 감격스럽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너무 실망하지 않으려 한다.
인생이 원래 마음대로 되지 않아야 인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