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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Apr 16. 2024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지난 3월 16일 토요일.


제주 선흘의 가장 따뜻한 책방 '심심책방'에서 북토크가 열렸다.

김홍모 작가님의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라는 책을 만나게 된 날이다.






북토크에는 세월호 생존자인 김동수 님과 아내인 김형숙 님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앉아계셨다.

모두가 차분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기다렸다. 심심책방 대표님의 온화하고 공감 가는 인사말로 북토크를 시작하자마자 마음이 뭉클해졌다. 손수건을 들고 갔지만 절대 울지 않겠다는 믿음은 처음부터 깨져버렸다. 평소에는 항상 웃고 계시던 대표님의 목소리가 떨리자, 자리에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돌이 던져졌다. 작은 물결을 따라 세월호를 다시 만나러 가는 이야기에 닿을 때까지 우리는 작은 떨림을 계속 안고 있었다.





세월호 이야기를 담은 김홍모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책을 만들기 위해 마주했던 모든 자료와 글들을 몸에 흡수하고 지냈을 시간과 고통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었다. 실제로 아프시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이야기를 담아내는 용기와 책임감에 작가님을 존경의 눈빛으로 응원했다. 시간이 지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김홍모 작가님 덕분에 글과 그림으로 남아 영원히 잊히지 않는 하나의 증거가 되어주길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이어서 김동수 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북토크 시작 전부터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계시던 김동수 님은 다시 세월호 속으로 들어가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아픈 기억 속으로 계속해서 소환되는 삶, 지독한 트라우마로 삶이 망가져버린 수많은 날들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그리고 세월호 생존자로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의 길을 맨발로 걸어다녔을지 생각해 보았다.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도 더 구하지 못한 마음이 통증과 무거운 죄책감에 개인이 담지 않아도 될 무게와 아픈 부피를 껴안고 살아왔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국민을 지켜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국가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 그리고 안일한 생각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함께 나눠가져야 할 짐이다. 이 짐을 발목에 감고 힘겹게 한 걸음씩 나아가, 끝내 싦을 지켜내고 가족을 지켜냈을 김동수 님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상상조차 가질 않았다.






다행히 김동수 님의 아내인 김형숙 님이 계셨다.

내가 좋아하는 일드, 1리터의 눈물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렇게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저에게는 1리터의 눈물이 필요했습니다." 김형숙 님을 보자마자 이 대사가 생각났다. 밝은 미소속에 감춰진 그동안의 고단함과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을 고통, 그럼에도 가정을 그리고 가장을 지켜내고 아이들을 키워 냈을 강인한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수없이 싸웠을 마음에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특히,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그 사람들을 대할 때 알아야 할 태도와 배려를 들으며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타인에 대한 다정함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4월이 생일인 두 아이를 키우며 마음속으로는 세월호 이야기와 아이의 생일이 겹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첫째가 막 태어나 품에 안겨있을 때 실시간으로 티브이에서 중계되는 세월호 뉴스를 보았다. 내 품에 안겨있는 작은 생명의 탄생이 기뻤지만, 바다 가운데 가라앉는 세월호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마음이 있었다. 10년 만에 용기를 내어 북토크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기를 바랐다. 그리고 북토크에 참여했던 시간 동안 때론 무섭고 때론 아프고 때론 처참했던 시간을 공유했다. 




공감.

우리는 세월호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에 한마음, 한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영원히 가라앉지 않게 책으로 남겨주신 김홍모 작가님과 두 명의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생명보다 남아있는 아이들을 구하느라 세월호 이곳저곳을 날아다니신 모두의 아버지 김동수 님, 가정과 남편과 아이들을 지켜내느라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모를 김형숙 님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본다.


무너지는 삶을 다시 세워나가는 단단한 힘, 타인의 고통을 힘겹게 기록했을 용감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로가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는 세 분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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