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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주 Jul 17. 2024

우중산책

집사의 기록

실외배변을 하는 강아지와 함께 사는 집사는 일 년 중 장마기간이 가장 곤혹스럽다. 추운 것도, 더운 것도 피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는데 산책시간이 정해진 출근 집사는 늘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다른 집 강아지들은 우비 입고도 볼일을 잘 보는데 유독 나의 아지는 꽤나 별나서 몸에 뭘 걸치기만 하면 일시정지라도 누른 것처럼 움직이려 들질 않으니 그저 비가 조금이라도 덜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어젯밤 11시 비가 조금 약해진 틈을 타 산책을 나갔다. 한 손엔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론 아지의 리드줄을 가깝게 잡고, 비가 오니 잘 움직이지 않는 아지를 달래며 속에선 천불이 나지만 화도 못 내며 천천히 이동하다가.. 눈에 띈 거미줄. 꽤나 세찼던 비에도 잘 견디고 있는 대견하고 멋진 녀석들.


아지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은 걸 보고 경험하며 더 멋진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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