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 긴바지 그리고 핫 아메리카노
23살 국문학도 여자의 베트남 1년 살이 프로젝트
여섯 번째 이야기
"핫 아메" (따뜻한 아메리카노) 라는 말을 베트남에서 달고 살 줄 알았을까?
베트남의 날씨는, 베트남을 방문해본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이미 유명할 것이다. 일년 내내 여름에, 계절 구분을 우기/건기로만 하니, 그 더위는 이름만 들어도 상상이 된다. 나 역시 베트남의 더위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두려웠다. 반팔, 반바지, 나시만 바리바리 챙겨서 베트남 행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베트남, 내겐 너무 추운 나라였다.
실내 어딜 들어가든 18도 에어컨은 디폴트였고, 늘 차가운 음료 (신또) 만 들고 다니니 추운게 당연했다. 심지어 보편적인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도로 위를 민소매로 버틴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베트남 사람들 역시 반팔보다는 바람막이와 후드집업을 입고, 반바지 보다는 긴바지를 자주 입었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야하는 오토바이에서 살을 드러낸다는 건 바보같은 행위였다.
차츰 날씨에 적응하면서, 나도 입는 옷과 생활 습관이 변하기 시작했다.
1. 출근할 때는 무조건 따뜻한 커피!
핫, 캬라멜 마끼야또, 톨 사이즈.
회사 건물 1층 스타벅스에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메뉴만 시키니 스벅 파트너들이 미리 내 이름과 메뉴를 외워놓고 있을 정도였다. 줄 서서 내 차례가 다가오면, "쥬디! 핫, 캬라멜 마끼야또, 톨 사이즈 맞지?" 하고 물어봐주는게 커피보다 더 따뜻할 때도 있었다
가끔 아이스가 먹고 싶을땐, 야외 테라스에 앉기를 택하기도 했다.
나에게 실내 + 아이스는 아주 드문 조합이 되어버렸다.
2. 오토바이 탈 때는 무조건 긴팔, 긴바지!
특히 바람이 쌩쌩 부는 도로에서는 긴팔, 긴바지가 무조건이었다. 운전하는 그랩 아저씨들도 모두 그랩 바람막이와 긴바지로 의상을 통일할정도로 .. 반팔, 반바지로 오토바이 타는 사람은 정말 보기가 드물었다.
친한 친구들은 오토바이 바구니에 후드집업과 담요을 항상 구비해 놓기도 했으며, 겉옷 챙기라는 주차 아저씨들 잔소리도 너무 일상이었다.
3. 겉옷챙기기, 레이어드는 필수
물론 베트남의 추위가 한국의 겨울과 같은 추위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 긴팔, 긴바지로 무장하는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반팔 + 맨투맨 또는 민소매 + 셔츠 조합으로 종종 입고 다녔다. (긴바지는 무조건이다 ㅎ)
옷이 변하고, 생활 습관이 변하니, 주변 사람들한테 "베트남 사람 다 됐다" 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있다.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이게 얼마나 좋은 말인지 ... 혼자서도 잘 살고 있다고 인정받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