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꽃 한 다발 사서 갈게요.
23살 국문학도 여자의 베트남 1년 살이 프로젝트
일곱 번째 이야기
'월요일 아침이 되면, 아빠가 아이들과 엄마를 태우고 각각 학교와 일터에 내려다 준 다음에, 집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꽃 한 다발을 사가곤 해'
형형 색색의 꽃들을 사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오는 아빠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일단 우리 집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긴 하다. 전제부터가 납득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이유가 없는데 꽃을 왜 사지?'
그런데 이런 일이 베트남에서는 일상이다.
맨 위 저 낭만적인 문장이 베트남에서는 일상이다.
평범한 편의점은 물론 작은 구멍가게 마트에서도 꽃 파는 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쪽 구석에 특별한 포장 없이 다발로만 묶여 옹기종기 모여있는 꽃들은,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시선을 끈다.
한 묶음에 천 원, 이천 원 정도이다. 정말 저렴하지 않은가?!
매주 월요일 이천 원을 투자해 우리 집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기 시작했다.
특별한 날이 아닐 때도 꽃을 가까이하는 베트남 사람들이지만,
특별한 날일 때는 그 스케일이 더 커지고 낭만적이게 된다.
베트남 어버이날에 받은 카네이션 한송이. 저녁 장거리를 보고 나오는 데 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손에 꼭 쥐어줬다. (아마 내가 누군가의 엄마처럼 보였나 보다) 자세히 보니 계산대 뒤에 이쁘게 포장해 놓은 카네이션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꽃 한 송이도 금값인 한국과 다르게, 베트남에서는 꽃이 저렴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낭만처럼 느껴졌다.
특히 "여성의 날"에는 사무실에 꽃 배달이 끊이질 않는다. (여성의 날에 관해서는 따로 자세히 쓸 예정이다) 결혼한 여직원들의 남편들이 사무실로 화려하고 커다란 꽃들을 잔뜩 보내고, 회사에서도 작은 꽃다발을 준비해 준다!
여성의 날에 꽃다발을 들고 다니지 않는 여성은 이상하다..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길거리에 모든 여성들이 자기 몸만 한 꽃다발들을 들고 다닌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아낌없는, 이 낭만적인 나라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