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유학생활의 취미 생활을 찾아서
23살 국문학도 여자의 베트남 1년 살이 프로젝트
아홉 번째 이야기
지난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꽤 진-한 향수병을 앓게 되었다. 유학생이라면, 해외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거라는데, 명쾌한 해결방법은 인터넷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나만의 해결 방법을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것이다.
1. 기타 왕초보 딱지 떼기
기타는 내 오랜 한이었다. 시작은 중학생때였지만, 매번 F코드에서 포기했어서 스물 세살이 된 지금까지 제대로 칠 수 있는 곡이 하나도 없었다. 늘 왕초보에만 머물러있던 기타 실력을 나의 유학생활동안 발전시키기로 했다.
마음을 먹자마자 교회 목사님께 기타를 빌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 퇴근하고 집에 오면 기타만 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30분이라도 꾸준히 치니 순식간에 실력이 늘었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내가 연주하면서 부르니, 기타 잡는 시간만 기다려질 정도였다.
어라라, 이거 꽤 재밌네.
2. 재즈 피아노 도전
기타 왕초보에서 벗어나니, 이젠 새로운 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피아노다. 나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꽤 전문적으로 오래 쳤지만, 항상 '재즈 피아노'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악보 보는 것을 넘어서 내 실력과 경험이 녹아든 자연스러움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때마침, 친한 언니가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가지고 있던 신디를 주겠다고 했다! 기회다 싶어서 7군부터 2군까지의 먼 거리를 친구들과 힘을 모아 신디를 들고 왔다.
그리고 우리집에 가라지 밴드가 생겼다. 아이패드로는 드럼 비트를 깔아놓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기타를 연주하고. 때로는 미리 녹음을 따서 위에 레이어도 쌓아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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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집중하는 일이 생기니, 무기력함과 향수병을 잊어버렸다. (물론 이외의 다른 노력들도 있긴하다) 외롭다고만 단정했던 홀로 살이를, 오히려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꿔 생각해보니 이 시간 일분 일초가 귀하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롭움을 할 수 있는 때 '지금' 온전히 즐겨봐야지.
밤새 내일 연주할 악보를 찾고, 가족들과의 영상통화에서 발전한 악기 실력을 뽑내는 내 행동은, 향수병이 낫고 있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