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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곳 Jan 23. 2024

우리가 그리워 할 청춘, 샤이니 <Odd>

사적인 앨범 비평 / 샤이니 SHINee_정규4집_Odd (2015)

사적인 케이팝 by마곳


2015년에 발매된 샤이니의 정규 4집 앨범 [Odd]


 시작은 우연이었다. 당시 나는 2g 폰을 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네이버 뮤직에서 노래를 다운받아 mp3에 넣고 다녔다. 그날도 학교 가기 전 급하게 다운 받을 노래를 찾다가 샤이니의 신곡 소식을 접했다. 샤이니 타이틀은 실패없지, 하면서 다운받는 다는걸 실수로 앨범 전곡을 다운 받아버렸다. 이용권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이 샤이니 정규 4집 앨범만을 통째로 mp3에 넣고 등교길에 올랐다. 분명 시작은 원망섞인 우연이었지만, 이는 운명으로 바뀌었다. 파일명도 앨범 수록 순서로 저장되기 때문에, 앨범 전곡을 차례차례 들을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역대급 앨범이라고 확신했다. 첫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버릴 곡이 없는 앨범이었다.





발매일 : 2015.05.18


<Track list>

1. Odd Eye

2. Love Sick

3. View ⭐️

4. Romance

5. Trigger

6. 이별의 길 Farewell My Love

7. 너의 노래가 되어 An Odd to You

8. Alive

9. Woof Woof

10. Black Hole

11. 재연 An Encore




1. Odd Eye

https://www.youtube.com/watch?v=RnfAO1tAsbc


 샤이니 종현 단독 작사로, 멤버들 음색과 발음에 찰떡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본인 파트를 굉장히 잘 살렸다. 앞 벌스 부분을 멤버들이 4명씩 나눠갖게하고 본인이 후렴에서 딱 등장하는데, 몇 없는 가사를 참 쫀득하게 잘 살렸다. 'My eyes on you' 를 긴 호흡으로 끌고 나가면서 코러스 직전까지 고조된 베이스들을 죽여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진짜 그의 '오드 아이'가 눈 앞에 아른 거릴 정도로.


 개인적으로 이 곡을 무대로 올린다면, 퍼포먼스에 힘을 빼길 바랬으나... 백댄서까지 함께 무대를 꾸렸었다. 이 곡은 스탠딩 마이크 세워두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부르는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왜 이 곡을 첫 번째 트랙으로 넣었는지는,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 듯 싶다. 샤이니란 이런 팀, 우리가 준비한 이번 앨범은 이 정도의 수준이라는 걸 첫 트랙에서 다 보여준다. 다른 팀이랑 붙었다면, 첫 트랙부터 샤이니의 완승이었을 것이다.




2. Love Sick

https://www.youtube.com/watch?v=e0nCA6G9CDU



 말하기도 입 아픈 샤이니표 '누나' 로맨스의 연장선. '누난 너무 이뻐'를 연상케하는 가사들이 많다.



누난 너무 이뻐서 남자들이 가만안둬
넌 너무 예뻤지 알고는 있니 여전히 내 삶의 everything 

/
아마 그녀는 어린 내가 부담스런가
️ 동생같다 내게 장난만 하던 네가 변했어 이젠 내 여자가 됐어


 '누난 너무 이뻐' 부터 이어지는 가사의 흐름들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간지럽히기 충분했다. '누난 너무 이뻐'를 외치던 어린 소년들이 좀 더 진중해진 목소리로 부르는 고백을 마다할 이가 누가 있을까. 트렌디한 멜로디 라인도 가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다만 처음들었을 때부터 "뭐를 생각하니 나만 보라 했지" 이 부분 가사가 참 어색하다. "무슨 생각하니 나만 보라 했지"가 멜로디 라인에도, 발음하기도 편한데 왜 '뭐를' 이라는 가사를 고집했는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켄지 선생님의 작사라면,,, 이유가 있겠지요... 수긍하게 됨




3. View

https://www.youtube.com/watch?v=UF53cptEE5k



 대망의 타이틀, View. 케이팝 딥하우스 장르의 노래면 아묻따 LDN Noise 선생님들을 떠올릴 텐데, 바로 그분들의 작품이다. 아마 2015년 이쯤부터 런던 노이즈와 SM의 점접이 많아졌던 것 같다. 샤이니뿐만 아니라 f(x), 엑소, 에프엑스... 딱 들었을 때 내 심장이 떨린다? 그럼 무조건 켄지 선생님 아니면, 런던 노이즈 선생님이다.


 어쨌든 멜로디나 템포 등은 당연히 런던 노이즈 선생님들이 하셨으니 당연히 흠 잡을 때가 없지만, 당시에는 케이팝에서 딥 하우스 장르도 많지 않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고음 영역대까지 찌르고 내려오는 기승전결도 없는 이 노래에 대한 호불호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반에서만 그랬던 거 일 수도 있음 ㅎ)  그래도 하우스 장르라면 일단 심장이 반응하는 나에게는 역대급 타이틀이었다.


 작사 얘기도 안할 수가 없다. 김이나 이외의 수많은 작사가들과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종현이 이 곡을 따낸 건 모두가 알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필사해가며 외우고 싶은 가사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임을 꼽아보라면....


모두 할 말을 잃지 Like you
4차원 이상의 기적의 View
달콤히 찍어 문 빛의 퐁듀
보이기 시작한 음의 색도


도입부에 태민으로 시작하고 온유로 끝나는 이부분의 가사가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약간의 라임을 맞추기 위해, 온유가 '색도' 가 아닌 '색두'라고 발음하는 걸 알게되면 진짜 김종현 천재...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첫 가사처럼, 진짜 모두가 할말을 잃게 만든 곡 ...


 코러스의 가사는 더 과감하다. 눈에 띄는 기승전결이 없는 곡 흐름에서 코러스의 가사를 한 줄로 반복한다. 심지어 약간 말장난 느낌의 가사로 말이다.


너무 아름다운 다운 다운 다운 view


 그러나 딥 하우스 장르인 만큼 이 코러스에 구구절절 가사들을 박아 넣었다면, 오히려 미스였을 것이다. '다운' 단어의 반복은 베이스 리듬을 같이 찍어주는 느낌이다. 코러스 부분을 들었을 때 가사에 맞춰 자동으로 어깨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 김종현은 천재다.




4. Romance

https://www.youtube.com/watch?v=MBz-yaAK4gk



벌써 앨범의 네번째 트랙, Romance이다. 지금까지의 서사는 완벽하다. 오드 아이부터 잔뜩 고조해온 멜랑한 분위기는 Romance에서 한번 터진다.


솔직히 전주부터 좋아서 view와는 다른 엄청 빠른 템포에 같이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사는 내 취향이 아니다. 서사가 너무 확실해서 뮤지컬스럽다고 할까. 그렇지만 빠른 템포를 쪼개고 하나씩 자리잡고 있는 가사들을 멤버들의 목소리로 읊어줄 때마다 나같이 다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멤버들의 아카펠라 합이다. SM 그룹의 목소리 합은 모두가 알테지만, 남성 그룹에 한해서는 샤이니가 그 원조라고 감히 얘기해보고 싶다. 잘 어울리는 멤버들의 하모니는 곡의 발랄하고 달콤한 분위기를 더 극대화한다.




5. Trigger

https://www.youtube.com/watch?v=bwBos35rwik


사실상 지금의 네오를 'NCT'가 맡고 있다고 말한다면, 사실 네오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SM 수록곡 곳곳에 뿌려져있었다 (...) 이 곡도 네오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사실 별로 안좋아했다. (ㅋ) 앞 4번 트랙까지 달달한 분위기를 잘 유지해오다가 갑자기 네오함 한 숟가락. 솔직히 이 곡은 늘 정색하면서 넘겼던 것 같다


 아마 곡 분위기의 전환을 위해 Trigger를 다섯번째에 넣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6. 이별의 길 Farewell My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kfUGY6OiUKU


완전 R&B 곡으로, trigger (5번 트랙)에서 놀란 마음 잠깐 쉬어갈 수 있다. 원래 목소리가 이쁜 남성들 R&B에 환장하는 편이라, 당연히 이 곡도 열심히 들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가사다.


사랑을 숨길 수가 없듯이 이별도 숨길 수가 없잖아


 잘 듣고 있다가 코러스에 놀라 호다닥 가사를 확인하던게 생각난다. 'ㅅ' 발음을 왜 저렇게 많이 넣었을까... 싶다. 'ㅅ'은 치조음이자 마찰음이라서 가뜩이나 발음이 세다. 근데 그게 연속으로 4번이나 나오니


/사랑을 숨길 수가 업드시/  


듣는 입장에서는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다른 가사로도 충분히 예뻤을 것 같은데,,, 가사가 좀 아쉬운 곡이다.




7. 너의 노래가 되어 An Odd to You

https://www.youtube.com/watch?v=5mhDiHyFE3g


확실히 SM 소속 가수들 곡이 클래식 악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곡도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아주 잔잔한 곡인데, 멤버들의 보컬이 잘 어울린다.


함께 부를 팬 송으로 만들었겠지만, 이제는 부르는 모두가 오열할 것 같다.




8. Alive

https://www.youtube.com/watch?v=5vndW-ALN4o


타이틀 곡 제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가사가 정말 이쁘다. 예전에 읽었던 <김이나의 작사법>에 따르면, 원래는 View 가사로 제출한 가사였다고 한다. 그때 종현의 가사가 채택되면서 Alive에 맞게 다듬어 새로 나온 것이다.


Live Live Live Live


도입부에 한 단어가 8번 반복해서 나온다. 'i'는 /아이/ 또는 /이/ 로 발음된다. 그 원리를 활용해서 같은 글자인데도 다르게 발음하면서 듣는 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살아있고, 생생한 그 자극이 네오한 리듬과 함께 내 모든 자극을 예민하게 만든다.


넌 내 어떤 빛깔을 믿어
난 너의 손등 위의 그 푸른빛을 믿어
난 네 새하얀 피부 아래
그 푸르른 빛줄기 아래 흐르는 생명을 믿어


 첫 번째 벌스부터 종현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처음 들었을 때 고등학교 자습실이 온통 푸른빛으로 넘실거릴 정도였다. 자습실 책상 조명에 내 손을 대보고 그 아래 푸르른 빛 줄기를 멍하니 보고 있을 정도였다.


 벌스에서 힘을 빡준다면 코러스에서는 힘을 살짝 뺀다. 그걸 두번이나 반복하고, 브릿지에는 랩이 나온다. 키는 랩을 참 쫀득하게 잘한다. 물론 랩 가사는 전형적인 케이팝 가사같지만, 이걸 어떻게 쫀득하게 발음하냐에 따라서 그 수준이 나뉘는 것 같다.




9. Woof Woof

https://www.youtube.com/watch?v=kBXC-xPcocg


처음 들었을 때, 꽤 충격이었다. 강아지 시점으로 전개되는 곡이기 때문이다. 정말 멜로디, 리듬 다 좋다. 뮤지컬과 같은 흐름에 한번 노래를 들으면 계속 빠져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이 가사가 그 모든 걸 방해한다. 물론 팬들은 좋다고 하던데, 일반 리스너 입장에서는 '강아지' 시점이라는게 너무 충격이었다. 아직도 충격적이다. 보통 그냥 넘겠다. ㅎ




 10. Black Hole

https://www.youtube.com/watch?v=_0_iXbd_4-g


드디어 나왔다. Alive 와 나란히 내 최애로 꼽을 수 있는 곡, 열 번째 트랙 Black Hole이다. 듣다보면 Dream Girl 이 떠올려질 수도 있다. 그건 아마 가사 때문일것이다. 전간디 작사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중학생때는 드림걸 처돌이었다면, 고등학생이 되고는 블랙홀 처돌이가 되었다. 지금 찾아보니, 이것도 하우스 장르란다. 어쩐지! 하우스에만 반응하던 내가 최애곡으로 삼은 이유가 있었다.


가사도 멜로디도 다 너무 좋지만, 브릿지 부분이 살짝 아쉽다는거. 브릿지 키부분까지는 좋으나 그 뒷부분은 살짝 아쉽다. 그래도 다시 종현 파트 부터 고조되어서 코러스로 넘어갈때는 심장이 막 벅찬다. 그래 이게 블랙홀인가보다. 진짜 정신없이 빨려들어간다.




11. 재연 An Encore

https://www.youtube.com/watch?v=yp-zkC2aXv0


벌써 마지막 트랙이다. 개인적으로 Odd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서정적인 곡인 것 같다. 이 역시 가사가 참 이뻐서이기 때문.


익숙함이 준 당연함 속에 우리 사랑은 야윈 달처럼 희미해져
진심이 아닌 모진 독설로 그리 서로를 아프게 했던 시절
자욱이 쌓인 무관심 속에 우리 사랑은 시든 꽃처럼 초라해져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르고 쓸쓸히 바래진 너와 나의 계절


 사랑을 해본 적 없어서 누군가와 이별할 때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하고 추측했던 고등학생의 내가 떠오른다. 엇갈린것 같은 두 인물은 브릿지 종현 파트 이후 다시 재회를 꿈꾼다.




아침 햇살 위로 빛나던 그날의 너와 나 재연될 거야
되물어 봐도 늘 같은 해답 길을 잃어버린 듯 여전히 널 찾아 헤매
태어난 순간 혹 세상이 시작된 날부터 정해진 운명처럼
되돌려보자 다 제자리로 우리 더는 정답 아닌 길로 가지 말자
다시 막이 오르는 무대처럼눈물 났던 영화의 속편처럼
결국 이뤄지는 두 주인공처럼


서로 사랑했던 날들을 재연하겠다면서 처절하게 외치는 종현의 목소리가 아른거린다.




그렇게 샤이니의 네 번째 정규앨범 [Odd]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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