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 e a dan Dec 25. 2022

초록 삼각형 가족


  메리 크리스마스! '초록 삼각형 가족'을 기억해 주세요.





  내 키만 한 초록색 이등변 삼각형. 늠름하게 서 있는 이 삼각형 왼쪽 뒤편엔 크기가 1.5배 정도 돼 보이는 듬직한 이등변 삼각형이 있다. 뛰어노는 어린아이 뒤에 꼭 붙어 있는 아빠처럼 자신의 몸 반절을 가린 채. 두 삼각형을 기특하게 보는 듯, 조금 떨어진 오른쪽 뒤편엔 중간 크기의 삼각형이 있다. 앞의 두 삼각형과 같은 모양인데 유독 상냥해 보이는 건 왜일까.




  세 개의 초록색 이등변 삼각형들 몸을 수십 개의 작은 조명이 감싸고 있다. 추운 겨울에 목도리를 두른 모습처럼 참 포근해 보인다. 그리고 그 조명들 덕에 삼각형은 더욱 매력적인 에메랄드 그린색이 되었다. 조명 목도리를 두른 삼각형 위엔 빨간 별들이 붙어 있다. ‘빨간 별이 어딨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날엔 있다. 별은 원래 빨간색이라고 말하듯 위풍당당하게, 엄청난 인력이 작용한 듯 착 붙어서.




  지금은 거리마다 놓여있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얼마 후면 새까맣게 잊혀질 초록 삼각형 가족. 길지 않은 자신의 생명력을 알고,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화려한 목도리와 말도 안 되는 빨간 별을 붙인 것일까. 아니면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황금기를 찬란히 즐기고 있는 것일까. 덕분에 겨울이 춥지 않다. 아늑하고 따뜻하다.





 위의 글은 이 사진을 묘사한 것입니다.

초록 삼각형 가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