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아이들은 건넌방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고 남편은 거실에, 안방엔 오롯이 나 혼자 뿐이었다. 가을맞이 새로 바꾼 새하얀 구스 이불을 덮으니 세포들이 토독토독 터지며 온기를 내었다. 아.. 따스해. 그러나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아도 말똥말똥. 에잇 안 되겠다 싶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평소와 같이 인스타를 볼까 하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만들어 나간다 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그래, 뭔가 건설적인 걸 하자. 카메라 그림의 앱 위를 향하던 손가락을 M자가 적힌 곳으로 옮겼다. 밀리의 서재로 타닥.
낮에 잠깐 들춰보았던 문장들이 펼쳐졌다. 고명환 님의 책.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한 두해 전에 출간했던 책이었다. 당시 인스타 긍정확언과 세바시 강연 등으로 읽어볼까 하다가 내려 두었던 기억도 있다.
한 줄, 한 줄 시선을 아래로 아래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든 생각. 이런, 왜 이제서 읽었을까. 뭐라 할까. 문장에 긍정의 힘이 담겨 있다고 해야 할까. 글자들을 읽어 내려갈 때마다 이 분은 정말 글을 읽는 사람들을 위해 썼구나 싶었다. 힘을 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신 차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끊임없이 말을 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고전 등에 나온 글귀들과 작가의 문장들까지 형광펜을 몇 개나 그었는지 모르겠다.
그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 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본다.
1
당신은 지금까지 살면서 타인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며 타인의 시선 속에 머물러왔다. 당신은 아버지와 어머니, 선생님, 사랑하는 사람, 자녀, 종교,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세월이 흐른 후 당신은 스스로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보지만,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당신 자신을 삶의 우선순위 최상단에 올려놓아 보는 건 어떨까?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조건 없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실재하는 당신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점점 더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_ <이 진리가 당신에게 닿기를>
오프라 윈프리가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줄 첫 번째 선물로 선택하면서 화재가 되었던 책이라고 한다. 이 문장을 열 번 더 읽으라고 책에 적혀있었다. 따랐다. 읽을수록 아차 싶었다. 정말, 나는 지금까지 남이 바라는 대로 살아왔던 건 아닐까. 대학에 회사에 그리고 일과 육아 모든 걸 잘하는, 그런 일 하는 엄마의 모습. 아니면 이 또한 내가 바라는 모습일까. 그 중간 어디 즈음 일까. 지금 당장 나의 모습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 번씩 나에게 질문을 던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해보라.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나서서 해보라.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당신의 삶은 쉬워진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고, 어떻게 하면 보람되고,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사는지 알게 된다. 어려운 길로 들어가서 쉬운 길로 나온다. 이게 인생의 선순환이다.'
그래, 이제껏 쉽게 이루어진 일은 없었다. 어렵게 힘들게 노력해서 얻은 결과일수록 값졌다. 그 결과가 어떠했든 나 스스로의 만족감이 좌우되는 걸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값졌다. 더 내 걸로 남았다. 대학에, 회사에 들어갈 때도,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도.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오롯이 내가 선택한 책 읽기와 글쓰기도. 글쓰기가 어떠한 결실을 맺었을 때, 그때 어떤 가치가 내게 돌아올지 문득 궁금해졌다.
3
'우리는 대답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문제다. 질문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_<인간이 그리는 무늬> 중에서.
'지금 당장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왜 돈을 버는가?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대답의 세상이 아닌 '질문의 세상'을 살아야 한다. 대답의 세상은 끌려가는 세상이고, 질문의 세상은 '내가 끌고 가는 세상이다. 내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대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다.'
질문하는 삶을 살라는 걸 끊임없이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한 동안 비슷한 질문을 참 많이 했었다. 내가 진짜 바라는 길인가. 회사에 다니는 것이 맞는 건인가. 꽤 오랜 기간 머릿속을 쫓아다니던 질문이었다. 당시 내렸던 결론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회사는 다녀야 한다. 사람들과 말을 하고 주어진 일을 해 내며 성취감을 느끼고도 있다. 현재로서는 내가 잘하는 일 중의 하나다. 회사를 벗어나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다니자. 즉, 회사를 다니는 것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는 일을 병행하자."였다.
4
'인간은 나만을 위해서 살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러니 나만을 위해 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남을 위해 살겠다는 기준을 세워라. 그리고 지금 당장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소리 내서 자신에게 물어보라. '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잠자고 있던 진짜 '나'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난다. 일단 깨웠다면 독서를 통해서 계속 질문을 던져라. '남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 또한 던져왔던 질문이었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인사 업무만 근 20년. 쌍둥이를 키우며 회사를 다닌 시간들.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남에게 공유하는 것. 이것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걸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씩 나아가는 중이다. 더 자주 이 질문을 떠올려 봐야겠다 싶었다. 그럼 해답이 더 자주 떠오를 테니.
5
잠들기 전 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웃어라. 웃으면서 전에 읽었던 책 내용 중에 좋아하는 글귀를 떠올려라. 나 같은 경우는 "풍랑은 전진하는 사람의 벗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 바람개비를 돌게 하려면 내가 바람개비를 들고 앞으로 달리면 된다." 같은 글귀를 좋아한다. 책이 없는 곳에서는 이런 문장들을 떠올리다가 잠든다. 그러면 일어났을 때 힘이 솟는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진다.
자기 전, 잠재의식에게 좋은 글귀를 들려주는 것은, 시도해 볼 법한 좋은 방법인 듯하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6
나이를 먹으면 내 몸의 모든 부분이 쇠락한다.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색깔도 어두워지며, 머리카락도 흰색으로 변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모든 것이 흐릿해질 때 단 하나 반대로 갈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눈빛이다. 나이를 먹었다는 건 수많은 경험을 했다는 뜻이다. 이런 경험은 눈빛에 쌓인다. 그래서 눈빛이 깊어진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책을 읽고 사색을 한 사람만이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어린아이처럼 맑아진다. 육신은 늙었지만 정신은 어려진 것이다.
그래, 눈빛. 눈빛만은 맑아질 수 있다. 내면에 깊이를 더하자. 일년 뒤 나는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까. 지금보다 더 나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책의 뒷부분에는 책 읽는 방법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에 비유하며 자세하게 적어 놓았다. 이제 책의 마지막 장까지는 두 챕터가 남겨져 있다. 아마, 마지막까지 고명환 님은 강조할 것이다. 힘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최근 자기계발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에세이, 소설 등을 읽었었다. 그러다 침대에 누워 읽기 시작해서 푹 빠진 오랜만에 만난 동기부여 책이라 반가웠다. 생각할 만한 문장들도 꽤 있었다. 문장들이 밤새 머릿속을 떠다녀서일까. 깊은 잠은 못 잔 듯 하지만, 그래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뭔지 모를 에너지가 차올랐다.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감사일기를 쓰고 생각을 남기는 지금 이 순간도 마음에 든다. 오늘 하루 알차게 사용해 보자.
*사진출처 - 밀리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