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동기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지.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했고,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묘한 감정이 올라오는 거다.
벌써 20년이나 되었다니.
몇 십 명의 동기들 중 남아 있는 건 열명 남짓. 그중 입문교육 시절 같은 조였던 가장 친한 동기와 함께 점심을 약속했다. 회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커피숍을 찾자. 그래야 우리끼리 회사이야기 좀 허심탄회하게 하지. 누군가 팀장들이 둘이 앉아 투덜거리고 앉아 있는 걸 알게 된다면 좀 그렇지 않은가.
어젯밤 내린 눈위를 뽁뽁 걸어가며 얘기를 나눈다.
야, 우리 만난 지도 20년이 흘렀구나. 그 어리바리하던 주임들이 이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으니, 진짜 잘 버텼네.
서로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말소리가 눈 밟는 소리와 박자를 맞춘다.
작년에도, 그전에도 입사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20이라는 숫자 때문일까.
언제나 그렇듯 한 시간 반 남짓 운전을 하고 차에서 내려 허리를 폈다. 에구구.
보조석에 있는 노트북을 손에 들고 터벅터벅 집으로 들어가는데 저 깊은 곳에서 울컥임이 올라온다.
뭐지, 왜 이러지.
이유는 모르겠다.
회사라는 곳에 20년간 오고 가며 나에게 담긴 기쁨, 행복, 슬픔, 서러움 온갖 감정이 뒤엉켜 있으리라.
무엇보다 매일 성실했던 내가 대단하기도 짠하기도 한 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