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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 Oct 19. 2023

2023년 운동회 풍경

  가을이 되면 운동회가 떠오른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아침에 눈이 빨리 떠졌다. 맨날 가는 학교이지만 운동회가 열리는 날은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는 몇 안 되는 날들이었다. 요즘애들은 그런 운동회의 감성을 알기나 할까 싶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몇 년 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각종 행사가 없었다. 그런데 운동회라는 개념조차 없던 아이들에게 운동회가 열린다고 한다. 운동회 연습을 따로 하지 않고, 콩주머니를 만드는 숙제도 없다고 한다. 티브 속에서만 보던 운동회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것 같다. 또한 아이는 반대표 계주선수로 뽑혔다며 좋아라 한다. 계주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반에서 달리기를 잘하는 4명 안에 들었다는 사실자체가 아이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계주가 무엇인지부터 묻는 아이에게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서 팀별로 이어서 달리고 바톤을 주고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이는 잘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확인하면서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드디어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회 계주 선수답게 간단한 식사와 함께 만발의 준비를 하고 학교로 떠났다.

부모들에게도 운동회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여 함께 출발했다. 저학년은 오전에 고학년은 오후로 나눠서 열린다고 하니 오전오후 내내 운동장에 있어야 했다.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다양한 색깔의 옷으로 학급티를 입은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타났다. 오랜만의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구경하려니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있었다. 맞벌이부부가 많지만 반차며, 월차며 휴가를 써서 아이의 운동회에 참석하였다고 했다.


 내 아이가 어디 있나?


 좀 전까지 같이 있었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내 아이가 저 많은 아이들 중에 어디 있나를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느라 엄마 아빠의 눈이 바쁘다. 집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다른 아이들 속에 섞여있이니 내 아이가 다시 새롭게 보인다. 또래에 비하여 키가 큰지, 작은지, 뚱뚱한지, 날씬한지 등이 한눈에 보인다.



박 터트리기, 장애물 달리기 등을 하며 행복해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연신 카메라를 누르게 된다. 어른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아이의 모습과 더불어 옛날의 추억이 떠오르게 되었다.  옛날에 했던 운동회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우리 때는 손목에 도장을 찍어주면서 상품도 받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네"

 "박 터트리기 할 때 콩주머니도 다 직접 만들어서 했잖아"

 등등의 말들을 나누면서 운동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 같았다.





 예전과는 달리 전문 출장 이벤트 대행사에서 운동회 전반을 이끌었다. 사회나 게임준비물 준비요원등 모두 외부인이 와서 운동회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옛날에는 운동회날이면 솜사탕장수, 풍선장수며 다양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교문 앞에서 팔았는데 요즘은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또한 운동회날은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라 가족들이 총 출동해서 운동회 구경도 하고 함께 참여도 하면서 운동장 한편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온 가족의 축제의 날이었다.

 이제는 아이들은 각자 교실에서 급식을 먹고 단체로 운동회 기념 선물을 받고 마무리가 된다. 손등이나 팔목에 찍혀있는 숫자도장의 추억도 없다.






학년별로 각종 게임이 치러지고 나서 마지막 순서로 이어달리기 시간이 되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서 이어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아이의 긴장된 얼굴을 멀리서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같이 떨리기 시작했다.

청군의 빠른 스피드로 앞서 나가기 시작하더니 바통을 놓치는 바람에 백군이 따라잡기도 하고 정말 속도 빠른 친구의 달리기로 역전이 되기도 하고 엎치락뒤치락 박빙의 승부가 이뤄졌다. 드디어 우리 아이의 순서가 되었을 때 얼어붙은 얼굴로 바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열심히 달리는 아이 뒤에 더 빠른 속도의 아이에게 추월을 당한 상태에서 바통을 다음 선수에게 넘겨주었다. 결국 아이가 속한 백팀은 패배하고 말았다. 아이는 운동회가 끝나고 울상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먼저 겪어봐서 무슨 마음인지 너무 잘 안다. 속상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이겨내고 새로운 마음의 경험을 한 것에 위로와 토닥임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아이들 기억 속에 남는 운동회와 내 기억 속의 운동회가 다르다. 아이 기억 속의 2023년 운동회는 부모님이 보는 곳에서 친구와 함께 체육활동 및 게임을 하는 날 정도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옛날에 비하여 특별한 운동회의 기분은 들지 않지만 아이에게는  첫 운동회로 이렇게 하는 것이 운동회라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또 몇십 년이 지나 자녀의 운동회를 보며 우리 때 안 그랬는데 하며 말하겠지 싶다.

라떼는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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