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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

by 영이

만약 아이가 사라진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어진다. 말썽 부리고 말 안들을 때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잠시동안만이라도 따로 떨어져서 눈에서 멀어지고 싶어진다.

어릴 때는 마냥 졸졸 쫓아다니는 아이를 보면 좋으면서도 잠깐씩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라는 생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를 향한 내 눈과 관심은 아이를 부담스러워하면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입장이 바뀌게 된다.



처음부터 엄마도 혼자만의 존재였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엄마로 거듭나면서 아이만을 바라보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한 명의 사회적인 존재로 아이가 성장하게 되는 것이고 나도 이런 과정을 통하여 엄마가 된 것을 알지만 머릿속으로 이해만 되고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처음으로 친구집에서 자고 다음날 들어왔다. 친구에게 파자마파티를 초대받았다며 한껏 들뜬마음과 주저하는 마음이 공존한 아이가 허락을 구했다.

나는 쿨한 엄마고 아이의 홀로서기를 응원하는 엄마이기에 아주 흔쾌히 허락을 했다.

한편으로는 진짜 자고 올 수 있을까 , 낯선 집에서는 잠을 자지 못하는데 등등의 생각과 더불어 괜히 이런 파자마파티를 초대한 친구와 그 엄마까지 괜히 원망했다. 왜 이런 것을 하고 난리야 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이런 마음을 내색하지 않으면 계속 쿨한 엄마인 양 굴었다.

"이런 파자마파티를 언제 해보겠어"

"넌 충분히 가지 잘 놀다 놀 수 있어"
대문자 I 인 아이에게는 정말 큰 용기를 내어서 자신도 E가 될 수 있다며 이제는 바뀔 수 있다며 다짐을 하며 파자마파티로 향하였다.

극 E 친구들 사이에서 한두 시간도 아닌 10시간을 함께 있으려면 기 빨린 기분을 몇 번이나 느끼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대문자 I 인 엄마도 그 기분을 알기에 충분히 힘든 일이란 것을 안다.




친구집에 데려다주며 난 '폭삭 속았수다'의 관식이로 빙의했다.

"힘들면 빠꾸해"

너무너무 힘들면 무조건 전화하라고 엄마가 새벽이라도 달려갈 테니 힘들면 말하라고 했다.

아이는 힘들더라도 참을 아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인데 본인만 힘들다고 먼저 집에 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다행히 아이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내 마음속의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이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들이었다. 엄마만의 세계에 존재하는 아이는 사라지고 본인의 세계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이런 생각들로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더 큰 세계로 나가는 아이를 응원한다. 나도 다시 시작하는 남은 노후의 내 삶의 주인공으로 오롯이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아이는 큰일(?)을 해내고 당당하게 돌아와 바로 곯아떨어졌다. 대견하면서 안도되는 내 마음이다.

하루동안 사라진 아이는 돌아와 자신의 존재감을 바로 뿜어주었다.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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